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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유럽 PO 승자와 격돌

박지혜 기자
2025-12-06 07:56:41
‘포트2’ 첫 배정 한국, 조1위 노릴 만한 대진 받아…멕시코서만 3경기 ‘체력 관리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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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유럽 PO 승자와 격돌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PO) 승자와 32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PO 패스D 승자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포트2’ 배정을 받은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두 번째로 ‘조1위’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는 좋은 대진을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조추첨 결과가 만족스러운 이유는 각 포트별로 최강의 상대들을 모두 피했다는 점에 있다. 한국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등을 모두 피하고 멕시코와 한 조가 됐다. 멕시코는 포트1 국가 중 FIFA 랭킹이 캐나다(27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15위다.

한국이 포트2에 배정되면서 크로아티아, 모로코, 우루과이, 스위스 등을 자연스럽게 피했고, 포트3에서는 ‘난적’으로 꼽혔던 노르웨이, 알제리 등을 피하고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과 만나면서 ‘추첨 대박’이 터졌다.

마지막 포트4에서 유럽 PO 패스D와 한 조가 된 점도 나쁘지 않다. 만약 패스A와 한 조가 됐다면 유럽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PO 패스D에서는 덴마크(21위), 북마케도니아(65위),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 중 최종 승자 한 팀이 A조에 합류한다. 체코-아일랜드 경기 승자가 덴마크-북마케도니아 경기(이상 현지시간 내년 3월 26일) 승자와 맞붙어(3월 31일) 본선 진출 팀을 정한다.

어떤 조에 편성되느냐에 따라 극악의 이동 거리를 감수해야 하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 특성상 대진 상대뿐만 아니라 몇 조에 들어가는지도 중요했다. A조에 편성된 한국의 경기 장소도 모두 정해졌는데, 다행히 한국은 개최국인 멕시코 내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준수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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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유럽 PO 승자와 격돌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내년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유럽 PO 패스D 승자와 1차전을 치른다. 이어 19일 같은 곳에서 멕시코를 상대하고, 25일 몬테레이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3차전을 벌인다. 미국과 캐나다 등 다른 나라를 오가는 일정을 받아든 다른 국가들에 비해 멕시코에서만 3경기를 연속으로 치르는 건 선수들 체력 관리에도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경기 시간 등 세부 일정은 7일 오전 2시(한국시간)에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포트1 중 비교적 할만한 상대인 멕시코와 한 조가 됐다고는 해도 한국은 멕시코에 통산 전적에서 4승 3무 8패로 열세다. 특히 월드컵 본선에서 두 번 만나 모두 패한 점이 신경쓰인다. 한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나 1-2로 패한 바 있다.

홍명보 감독은 조 추첨식 참석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홈 팀 이점이 굉장히 크다”면서 멕시코를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이나 남미 강호를 피한 결과에 대해) 그 부분은 저희에게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최국 멕시코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이 월드컵 원정에서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1위 진출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은 조1위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유럽 PO 패스D를 제압한다면 개최국 멕시코에게 고전하더라도 최소 2위 진출은 어렵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남아공은 한국과 아직 A매치를 치러본 적이 없는 미지의 상대다. FIFA 랭킹에서는 한국(22위)보다 크게 뒤지는 61위라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로 평가된다. 남아공은 역대 월드컵에 총 세 차례 출전했으나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특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출전했음에도 조별리그를 뚫지 못한 바 있다.

남아공은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C조에서 5승 3무 2패(승점 18)로 북중미행 티켓을 거머쥐며 녹록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남아공은 15골을 넣었는데, 11명의 선수가 15골을 나눠 득점하며 특정 선수에 편중되지 않는 다양한 득점 루트를 보여줬다.

유럽 PO 패스D는 FIFA 랭킹으로만 따지면 덴마크나 체코가 한국의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덴마크와 1무 1패, 체코와는 1승 2무 2패로 상대 전적에서 모두 밀린다. 북마케도니아와 아일랜드와는 아직 A매치 경험이 없다. 한국이 상대할 유럽 팀은 현지 시간으로 내년 3월 31일 결정된다.

이번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은 미국 4대 프로스포츠 레전드 선수들의 손에 맡겨졌다. 미국프로야구(MLB)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미국프로농구(NBA) 샤킬 오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웨인 그레츠키, 미국프로풋볼(NFL) 톰 브래디(이상 은퇴)가 무대에 올라 추첨용 공을 뽑았다. 축구계에서는 차범근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잉글랜드의 리오 퍼디낸드, 브라질의 둥가 등 레전드들도 함께했다.

한국은 NBA 스타 샤킬 오닐이 추첨한 포트2에서 가장 먼저 뽑혀 A조에 편성됐다. 이어 포트3 추첨을 맡은 MLB 스타 애런 저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뽑자 환호성이 터졌다.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런 저지가 한국에 꿀조를 선물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6승 4무 무패로 승점 22를 쌓아 B조 6개 팀 중 1위를 차지하며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1회 연속이자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원정 첫 8강에 도전한다. 한국은 홈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외에 원정 대회에선 16강이 현재까지 최고 기록이다.

23번째 월드컵인 2026년 대회는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16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단일 국가가 개최하지 않고 복수 국가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역대 가장 넓은 대륙을 아우르는 무대다. 특히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이후 처음 치르는 월드컵으로 관심이 더욱 뜨겁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2위,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를 치러 챔피언을 가린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