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에서 박찬욱 감독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영화계에 또 하나의 순간이 찾아왔다.
2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김민종 주연의 영화 '피렌체'가 미국 헐리우드 TCL Chinese 6 Theatre에서 열린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 2025'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하며, 김민종이 전하는 성숙한 중년의 울림과 함께 한국 영화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속에서 한 시대의 ‘이상형이자 추억’으로 자리했던 그가, 20년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스크린 앞에 섰다. 김민종은 이번 작품에서 한국 예술영화에 대한 애정 하나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참여했다. 그 열정은 작품에 한층 따뜻한 결을 더했다.

'피렌체'에서 그는 고풍스러운 도시의 거리를 정장 차림으로 걸었다. 그 발걸음 속에는 중년 남성이 마주하는 고독과 회한,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가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스크린 속 김민종의 모습은 단순한 연기를 넘어, 마치 세월의 무게를 함께 견뎌온 오래된 친구가 조용히 속마음을 털어놓는 듯했다. 그 순간 관객들은 저마다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 한켠이 알 수 없는 쓸쓸함과 따뜻함으로 공감과 위로가 전해졌다.
특히 40~50대 여성 관객들에게는 이 장면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드라마 속에서 청춘의 설레임을 함께 나눴던 배우가 이제는 삶의 무게를 품은 얼굴로 돌아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들려주듯 위로를 건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배우가 이제는 중년의 무게와 품격으로 세계 무대에서 다시금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함께 출연한 배우 예지원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고, 이창열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만든 성과라 더욱 뜻깊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김민종의 복귀작 '피렌체'는 다음 달 중순, 세월을 함께 견뎌온 국내 중년 관객들과 마침내 만난다.
김민주 기자 love4043@bntn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