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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S/S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이승희 “입으면 날씬해지는 옷, 그게 바로 르이죠”

2012-10-21 20:18:53

[곽설림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키가 크고 날씬해야 입을 수 있다는 것 말이죠. 근데 우리 옷은 그렇지 않아요. 입으면 날씬해 보이는 옷. 그게 바로 ‘르이’죠”

여성복 브랜드 르이를 이끌고 있는 수장, 디자이너 이승희의 한 마디 말이다. 옷 군데군데 페미닌함을 가득 가미해 최근 ‘옷 좀 입는다’는 럭셔리 족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있는 브랜드 르이가 2013 S/S 서울 패션 위크 무대에 선다.

앞서 이승희 디자이너는 2012 서울즈 텐 소울(Seoul’s 10 Soul)에 선정되어 파리와 밀라노를 다녀왔다. 패션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통하는 두 곳을 섭렵하며 해외 바이어들에게 르이를 소개했다.

르이는 올해 8월 말부터 밀라노를 시작으로 이미 세일즈를 시작해왔고, 9월26일 파리 패션 위크의 기간에 맞춰 파리에서도 세일즈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 패션 위크를 진행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다. 이 숨 막히는 일정 속에서도 이승희 디자이너는 “요즘은 예전처럼 전투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과 달리 요즘은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려 노력한다. 지금까지 이른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해냈지만, 이제는 이것을 다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춤추는 상자’에서 얻은 모티브, 기존보다 위트있는 컬렉션을 완성하다

르이의 2013 S/S의 모티브는 바로 김봉태 작가의 작품인 ‘댄싱박스(dancing box)’다. 상자를 모티브로 한 작업으로서 평면과 입체를 유기적이고 리듬감 있는 형태로 구성한 댄싱박스를 이번 컬렉션에 담아냈다.

살짝 공개한 이승희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군데군데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플리츠 등을 활용하거나 스퀘어 쉐입을 군데군데 섞어 재미있는 느낌을 줬다. 서로 다른 소재를 섞어 사용한 것 역시 위트를 곁들이기 위해서다.

디자이너 이승희의 컬렉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쇼룸에서 진행했던 세일즈 아이템이 그대로 쇼에 올라간다는 것. 쇼피스라하면 조금 더 화려하게 재구성되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쇼룸에서 했던 세일즈 아이템이 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하되 쇼피스를 조금 더 추가하는 정도로 할 예정이다. 개발과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작은 브랜드의 경우에는 자본금에 시달려 없어질 수 있다.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살아가려면 쇼에 나오는 7. 80%는 해외 비즈니스에 나와야 한다”

브랜드 3년 차,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디자이너 이승희와 르이는 데뷔함과 동시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단기간에 스타로 성장했다. 르이를 이끌어 나간 지 3년이 지나면서 디자이너 이승희는 ‘르이’만이 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했고 많은 것을 얻었다. 르이는 자본력이나 유통망이 큰 브랜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선택은 넓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찾은 것은 지금의 르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다 하는 스타마케팅도 큰 자본력을 가진 대형 유통사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하지 않고 오롯이 한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승희 디자이너의 선택과 집중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르이를 알리기보다 르이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함으로써 아이덴티티를 지켜내는 것을 선택한 것.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것저것 손대다 보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이 많다. 그것에 반해 르이는 브랜드의 방향성은 잘 잡고 있지 않았나 싶다. 품질을 낮춰 많은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 보다 기존의 아이덴티티, 르이의 고급스러움을 지키려 했다. 이것이 내가 잡은 르이의 선택과 집중이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것? ‘위트와 용기’

이승희 디자이너의 쾌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해외진출이다. 디자이너로 데뷔하자마자 서울즈 텐 소울에 합류하면서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3년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15회가 넘게 파리, 밀라노 등 큰 마켓에서 해외 바이어를 만났다.

이렇게 매 시즌 해외 진출을 이어오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냈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노하우와 연륜 탓에 처음에 진출할 때보다 옷의 퀄리티나 바이어들의 평가도 좋아졌다. 지금까지 적잖은 해외진출을 해왔던 디자이너 이승희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어느 파리의 한 디자이너는 정말 특이한 니트 20장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 충격이었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풀 컬렉션(full collection)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깨진 순간이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한 가지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해외 진출의 가장 큰 발판이 된다. 원피스에 자신 있다면 원피스부터, 티셔츠에 자신 있다면 티셔츠부터 시작하고 이후에 점차 다른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 이것이 내가 해외 비즈니스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승희 디자이너가 밝힌 해외 진출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큰 자본력과 크리에이티브함을 꼽을 줄 알았던 것과 달리 바로 ‘위트와 용기’라고 전했다.

“이번에 파리에 가서 느낀 것이 두 가지다. 용기와 위트 이 두 가지가 너무 필요하다. 늘 내가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 하려는 용기와 이를 즐길 수 있는 위트가 있지 않으면 해외에서 살아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3년이 지난 이승희 디자이너와 르이. 이승희 디자이너는 지금까지 찾아온 방향대로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말은 ‘우리가 앞으로 잘될 수 있는 방향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5년 후 바뀌고 사라져가는 것이 이 바닥이다. 지금 잘되는 것보다 잘 될 수 있는 방향을 따라 가고 있다는 것이 아마 잘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

서울 패션 위크를 마치고 바로 2월에 있을 파리컬렉션 준비를 해야 하는 이승희 디자이너에게 전과 같은 투지와는 또 다른 무엇인가 느껴졌다. 고집스러움이 만든 르이의 아이덴티티는 이승희 디자이너 그 자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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