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디 이펙트’ 오승훈 "사람과 사랑의 이야기, 꼭 참여하고 싶었다" [인터뷰]

위수정 기자
2025-08-12 10: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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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이펙트’ 오승훈 "사람과 사랑의 이야기, 꼭 참여하고 싶었다" [인터뷰] (사진 제공:레드앤블루)


배우 오승훈이 연극 ‘디 이펙트(THE EFFECT)’로 4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연극 ‘디 이펙트’는 지난 6월 개막해 항우울제 임상 테스트를 배경으로 실험 참가자와 연구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슬픔, 혼란과 선택을 그린다. ‘디 이펙트’는 영국 작가 루시 프레블의 대표작으로 인간 감정의 본질과 진실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세계 최초로 원작자의 허락을 받은 젠더 밴딩 캐스팅이 시도돼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로나제임스 역에는 김영민, 이상희, 이윤지, 토비실리 역에는 양소민, 박훈, 민진웅, 코니 홀 역에는 박정복, 옥자연, 김주연, 트리스탄 프레이 역에는 오승훈, 류경수, 이설이 함께한다.

극 중 오승훈은 실험 참가자인 ‘트리스탄’ 역을 맡아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사랑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는 인물을 그린다. 그는 리드미컬한 감정 전개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트리스탄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폭발적인 에너지와 여운을 동시에 남긴다. 무대 위에서 사랑과 혼란, 갈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중심을 잃지 않는 그의 연기는 관객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오승훈은 연극 ‘렛미인’, ‘에쿠우스’, ‘해롤드와 모드’,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했으며 영화 ‘메소드’로 제23회 춘사영화제와 제5회 들꽃영화상 신인남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피고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붉은 단심’, ‘삼식이 삼촌’ 등 드라마와 영화 ‘독전 2’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번 ‘디 이펙트’에서 오승훈이 다시 한 번 무대 위에서 펼칠 깊이 있는 연기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bnt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레드앤블루 사무실에서 오승훈을 만나 4년 만의 연극 복귀와 ‘트리스탄’ 캐릭터에 담은 이야기, 그리고 무대에 대한 그의 진솔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오승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디 이펙트’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레드앤블루 작품들은 텍스트가 믿을 만하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오펀스’, ‘나쁜 자석’, ‘클로저’ 모두 그랬죠. ‘디 이펙트’ 대본을 받았을 때도 단숨에 읽었는데, 우울증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결국 사람과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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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앤블루


Q. 트리스탄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트리스탄처럼 우울증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우울감은 느껴본 적이 있어요. 작품 속에서 코니의 대사에도 있듯 “우울감은 느껴본 적이 있어요. 근데 그게 우울증인 줄은 몰랐던 것 같아요”라고 하는데 그때 제가 소대에 있거든요. 이 대사를 듣는 걸 좋아해요. 저도 실패하거나 잘 안될 때 ‘내 탓’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죠.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우울감은 느껴봤을 거잖아요. 또 작품을 준비하며 정재승 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울증 환자가 겪는 다양한 반응과 트라우마에 대해 들었어요. 그런 이해가 트리스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Q. 트리스탄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랄까, 좋으면 좋은 거고, 궁금하면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저랑 비슷했어요. 하지만 트리스탄은 단순히 밝은 인물이 아니었죠. 겉으로는 밝지만, 어린 시절 발작 경험이라는 큰 트라우마가 있었을 거예요.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봐 더 밝게 살려고 노력했을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땐 운동을 해서 그런지 되게 강하고 센 사람이고 싶었나 봐요. 일부러 되게 센 척하고 단단한 사람인 걸 보여주고 싶었죠. 사람이 자꾸 자기를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도 속거든요. 그런데 제가 감수성도 있고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다는 걸 알았을 때 속상했어요. 트리스탄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굉장히 밝다고 생각하지만 사진을 그렇지 않은 거죠. 또한 부모님에게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에, 사랑을 줄 기회가 생기면 온 마음을 다해 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트리스탄’ 역에 오승훈, 류경수, 이설 배우가 무대에 오르잖아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함께 공유하거나 달랐던 내용이 있나요?

“트리스탄의 재주 장면에서 셋 다 다르게 표현해요. 영국에서는 트리스탄이 탭댄스를 췄다고 하던데, 연출님께서 세 명의 배우가 각자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걸 하길 바라셨어요. 그래서 저는 파도를 막고, 경수는 별을 따고, 설이는 춤을 추죠. 여기서 단순한 장기나 끼부림이 아니라 아니라 코니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 보여야 했어요. 제가 이 부분에서 고민이 진짜 많았어요. 그런데 김영민 선배가 늘 연습실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계시거든요. 제가 머리 싸매고 있으니까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라고 물으셔서 제 생각을 말했더니, 이틀 뒤에 저를 다시 부르시더라고요. 영민 선배가 ‘평생 파도를 맞아서라도 사랑이 지워지지 않게 하겠다’는 대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자고 제안하셨죠.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어요. 그 장면을 위해 매 공연 전 마음을 순수하게 비우려고 노력해요. 계산이나 끼부림 없이 코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마음만 남겨두려고요. 그리고 영민 선배를 만나는 날이면 “안녕하세요” 보다 “감사합니다”를 먼저 말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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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젠더 밴딩 캐스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연출님께서 배우 개개인의 고유 매력을 꺼내는 걸 좋아하셔서 상대 배우에 따라 장면의 결이 완전히 달라져요. 상희 누나나 윤지 누나와 호흡할 때는 누나나 엄마 같은 따뜻함이 있고, 영민 선배와는 정말 선생님처럼 무섭다는 느낌도 들어요. 같은 장면도 전혀 다른 감정선이 생기기 때문에, 세 가지 조합을 모두 보는 걸 추천해요!”

Q. 4년 만의 무대 복귀를 했는데 감회가 어땠어요?

“너무 행복하죠.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않다 보니 가끔 꿈꾸는 게 공연 시작 전에 소대에 딱 서고 암전이 됐을 때 연습이 안 되어있는 것 같고, 대사를 까먹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 그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배우들은 이런 꿈 많이 꾼다던데 저는 안 꿨었거든요. 그러다가 공연을 안 한 지 2년이 넘어갈 때부터 이런 꿈을 꿨어요. 그런데 이번에 무대에 서고 조명이 탁 켜지고 앞에 관객이 있는 걸 보니까 아무 생각 없이 코니와 놀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Q. 드라마, 영화, 공연까지 올라운더로 활약하고 있는데, 무대가 주는 특별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두 시간 동안 인물의 인생을 끊김 없이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영화나 드라마는 1씬부터차례차례 찍지 않잖아요. 순서가 뒤섞이다 보니 그때그때 캐릭터의 감정을 잡고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데 무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의 호흡을 그대로 따라가죠. 그리고 제가 운동을 했을 때는 이기든 지든 포커페이스가 너무 중요했어요. 이겨서 웃어도 혼나고 져서 슬퍼해도 혼났죠. 지금은 제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을 가졌잖아요. 그래서 제가 많이 개워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캐릭터가 울고, 웃으면서 표현할 때 관객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는 데에 다시 또 제가 힘을 얻고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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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 이펙트’가 승훈 씨에게 남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트리스탄을 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동료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감사하게 됐고, 작품과 캐릭터를 대하는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Q. 최근에 연극 데뷔였던 ‘렛미인’을 보셨던데 느낌이 어떠셨어요?

“저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울었어요. 그때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했는데 이번 ‘렛미인’의 첫 음악이 나오면서 ‘내가 그때 토월에 눌렸었구나. 나 그때 되게 무서워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6살 오승훈은 무대 업스테이지, 다운스테이지, 하수, 상수가 뭔지도 몰랐었는데 지금 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마음도 들고요. 끝나고 엉엉 울면서 연출님을 뵈었더니 왜 이번에 안 했냐고 하시길래 저 순간 조세호 씨 됐잖아요. “시켜줘야 하죠!”라고 했더니 “네가 안 할 줄 알았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연출님, 앞으로 꼭 연락주세요. (웃음)”

Q. 관객들에게 오승훈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제 이름보다 캐릭터가 먼저 기억되면 좋겠어요. ‘트리스탄 같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에요. 작품 속 인물로만 보이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커요. 그래서 저도 예능도 나가고 싶고, 유튜브 출연도 많이 하고 싶지만 그 캐릭터로 안 보일까 봐 걱정이 커요. 제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SNS에 자주 노출하지 않는 부분도 그런 이유예요. 신비롭고 싶은 마음은 아니고 캐릭터 그 자체가 아니라 오승훈이 튀어나올까 봐 주저하게 되는 게 있어요.”

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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