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번의 추억' 최종회는 노상식(박지환)의 비극적인 복수와 고영례(김다미)의 숭고한 희생을 그리며 막을 내렸다.
JTBC 드라마 '백번의 추억'이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갈등을 풀고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했다. 친구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자신의 몸으로 막아선 숭고한 희생과 모든 오해를 털어버린 인물들의 화해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19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노상식(박지환)의 복수는 파국을 향해 치달았다. 노상식은 서종희(신예은)의 과거를 폭로하려 했지만, 서종희의 어머니이자 대양그룹 회장인 양미숙(서재희)의 재력과 권력 앞에 좌절됐다. 양미숙의 대양그룹이 가진 막강한 언론 통제력과 부패한 사회의 단면을 상징하는 모습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했다. 양미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을 시켜 노상식을 제거하려 했고, 강물에 던져진 노상식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노상식이 느꼈을 사회 시스템에 대한 깊은 배신감과 개인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처절한 심경은 복수심을 극단으로 몰고 갔다. 결국 노상식은 경비원 복장으로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장에 잠입해 마지막 복수를 계획했다. 한편 서종희는 무대 뒤에서 노상식을 발견하고 과거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실신하는 등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다.

미스코리아 본선 무대는 긴장감과 감동이 교차하는 장이었다. 1989년 당시 미스코리아 대회가 여성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이자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겨졌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두 주인공의 운명은 엇갈렸다. '추억'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서종희는 "떠나간 버스"라며 냉정하게 답했지만, 고영례(김다미)는 "버스 안내양을 하던 때로 돌아가 그 친구를 꼭 안아주고 싶다"며 진심을 고백했다. 고영례의 답변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 회복을 향한 용기 있는 고백이자, 서종희에게 보내는 마지막 화해의 손길이었다. 고영례의 진심 어린 말에 서종희의 표정은 흔들렸고, 두 사람 사이의 깊은 감정의 골이 드러났다.

1989년 미스코리아 진의 왕관은 서종희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가장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 가장 끔찍한 비극으로 전환되는 극적인 연출이 펼쳐졌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서종희를 향해 노상식이 흉기를 들고 달려들었고, 고영례가 몸을 던져 서종희 대신 칼에 찔리고 말았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고영례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왕관의 무게와 친구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뒤섞인 서종희의 절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뒤늦게 서종남(정재관)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한재필(허남준)의 도움으로 사태는 수습됐고, 도주했던 노상식은 경찰에 검거됐다.

친구의 희생 앞에 서종희는 깊이 반성하고 어머니 양미숙의 집착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고영례는 한재필의 지극한 간호와 추억이 담긴 노래 덕분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추억이 담긴 음악이 무의식에 닿아 생명의 끈을 다시 잇게 하는 기적적인 설정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웠다.

모든 상처가 아문 뒤, 한재필은 고영례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며 "전문의가 되면 결혼하자"고 청혼했고, 두 사람은 키스로 사랑을 확인했다. 드라마는 다시 모인 고영례, 서종희, 한재필이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인천 앞바다의 탁 트인 풍경은 모든 시련을 이겨낸 인물들의 밝은 미래와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하는 상징적 장치로 작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