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로 돌아온 아이유(IU)가 상상 이상의 무대로 팬심을 저격했다.
2008년 9월 18일 데뷔한 아이유는 지난 9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2 IU CONCERT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
18일 공연에는 어제와 같이 약 5만 명의 관객들이 자리해 현장을 뜨겁게 달궜으며, 아이유를 상징하는 각종 보라색 장신구들로 치장한 이들로 북적였다.
공연에 앞서 대형 스크린에는 오르골 멜로디에 맞춰 흐르는 모래시계 오브제가 동화 속 ‘IU랜드’로 모두를 초대했다.

마침내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 그림자 없이 춤을 춰’라는 ‘에잇’의 노랫말을 무반주로 부르며 등장한 아이유는 “오늘도 다 찼다. 어제보다 살짝 덥지만 석양은 더 예뻐 다행이다. 계획한 대로 하늘도 도와준 것 같다”라며 팬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이어 “자리에 깔린 방석은 어머니가 한 달 전부터 직접 발주를 넣어 제작한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꼭 챙겨가라”라고 당부하자 객석에서는 열띤 함성이 튀어나왔다.
대표곡 ‘팔레트’를 노래하기 전 아이유는 “올해 서른이 됐는데, 이 곡은 이제 스물다섯의 지은이에게 남겨주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식 셋 리스트에서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아쉽지만 그때로 돌아가 열심히 불러 보겠다”라고 이야기하자 팬들도 최선을 다해 하모니를 이뤘다.


한편 2부의 첫곡으로 아이유는 지난해 발매한 ‘strawberry moon’을 선택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달 모양의 열기구에 올라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으며, 2·3층의 관중석까지 다가가 모두와 빠짐없이 호흡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10년 만에 역주행한 ‘내 손을 잡아’ 무대는 역대급 떼창이 이어져 무대 위 주인공을 감동시키는가 하면, 흥겨운 템포에 맞춰 잔망 댄스를 선보인 ‘어젯밤 이야기’는 팬들의 ‘우쭈쭈’를 샀다.
또 하나의 졸업곡으로 ‘좋은 날’을 열창한 아이유는 “18살에 부른 노래인데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라며 “가사는 ‘오빠가 좋은걸’인데 이제 오빠 팬들이 많이 없어 보인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서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지금을 떠올려줬으면 좋겠다는 아이유는 ‘라일락’을 부르며 공연장을 순식간에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이날 특별 초대 게스트로는 ‘GANADARA’를 같이한 박재범이 출동했다. 그는 “불러줘서 감사하다”라며 “아이유는 언제나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국힙 원탑’이 아닌 그냥 ‘원탑’”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3부에서는 ‘아이유’라는 장르를 진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블루 셔츠와 벨벳 베스트 등 레트로한 무대 의상으로 변신한 아이유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자작곡 ‘무릎’과 ‘겨울잠’으로 잔잔한 울림을 선사했다.
이에 아이유는 “발라드에 어울리는 정갈하고 단정한 룩으로 갈아입었다. 이번 공연 의상 중 제일 마음에 든다. 감정 몰입도 잘 되고 진정성도 있어 보인다”라며 뿌듯해했다.
그러고는 “‘무릎’은 나라는 가수의 정체성에 가까운 곡”이라며 “‘겨울잠’ 역시 ‘무릎’과 감정선이 비슷하기 때문에 두 곡은 한 세트라 생각해 연달아 불렀다”라고 설명했다.


말미에는 초대형 드론 쇼와 폭죽 퍼포먼스가 장관을 이뤘다. 아이유는 “어제 한강 뚝섬공원에서도 보였다고 하던데 의상 체인지 때문에 나만 못 봤다”라고 아쉬워하며 “그래도 어제, 오늘 부모님께서 와 계신데 무뚝뚝한 아빠도 울린 이벤트였던 만큼 팬들도 충분히 만족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하자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후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 ‘시간의 바깥’, ‘너랑 나’가 차례로 울려 퍼지자 14년지기 친구들은 깜짝 준비한 슬로건을 일제히 펼쳐 들어 아이유를 울리고 말았다. 아이유는 “오늘 했던 말과 미소 모두 진심에서 우러났다. 덕분에 3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라며 “이번 공연으로 우쭐하거나 하지 않고 겸손하게 14년 더 가보겠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숨 쉴 틈 없이 휘몰아친 공연은 그야말로 ‘순삭’이었다. 엔딩곡이 끝나고 모든 무대 장치가 고요해지자 곳곳에서 ‘내 가수’를 찾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아이유는 기다렸다는 듯이 ‘Love poem’, ‘어푸’, ‘마음’, ‘아이와 나의 바다’ 메들리로 앙코르만 무려 4곡을 선사하며 한 가을밤의 꿈을 장식했다.
이진주 기자 lzz422@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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