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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간첩’ 구슬이 서 말인데… 왜 안 꿰셨나요

2012-09-21 1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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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중국서 가짜 비아그라를 밀수해 가족을 먹여 살리는 김과장은 사실 고정간첩이다. 간첩이라지만 실상은 한국 사람들과 다를게 없다.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공작’보다는 자꾸 오르는 물가와 전세값이 더 걱정이고 이데올로기보다는 당장 먹고 사는게 근심거리다.

9월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간첩’은 ‘파괴된 사나이’를 연출했던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남한 내에 고정간첩 5만명이 암약하고 있다”는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말을 기초로 한 이 영화는 한국에 살고 있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삶의 고단함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코미디 영화로 포장되고는 있지만 ‘간첩’은 액션이 가미된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아이러니를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 요소가 눈에 띄지만 고정 간첩의 인간적인 면에 더 집중했다. 그리고 여기에 액션과 신파를 섞어 오락영화로서 ‘간첩’을 완성하려 했다.

‘생활 밀착형 리얼 첩보극’이라는 홍보용 캐치프레이즈처럼 ‘간첩’은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간첩을 통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날로 치솟는 물가와 전세값, 자식 교육비에 허덕이는 가장(김명민)이나 10만원에 덜덜 떠는 억척 부동산 아줌마(염정아), FTA와 미국소 수입에 반대하는 농민(정겨운), 허세 좋은 독거노인(변희봉)까지. 우리보다 더 한국 사람 같은 간첩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실상은 다 까발려 진다.

가장 비밀스러워야 할 간첩들에게 한국사회의 일면들이 계속 비춰지는 것은 ‘간첩’이 가지는 아이러니의 기본 토양이자 코미디의 출발선이다. 이는 간첩들이 한국의 발달된 IT기술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 한다거나 아파트 건설 때문에 맞는 황당한 상황 등 다양하게 이용된다.

익숙하지 않을 법한 간첩을 연기한 배우들도 호연했다. 전작인 ‘연가시’에서 가족을 위해 발벗고 뛰었던 김명민은 기시감이 들지언정 캐릭터 소화에는 무리가 없었다. 염정아는 억척스러운 면과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았던 섹시미를 오랜만에 자랑했으며 변희봉 역시 본인의 몫을 해낸다. ‘간첩’을 통해 스크린 데뷔 신고를 치른 정겨운 역시 코미디 연기의 맛을 봤다.

한국의 고정간첩들이 인간적인 면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면 유해진은 볼거리에 치중한 모양새다. 아직은 희극배우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만은 잔인한 암살자의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람보 부럽지 않은 액션 원맨쇼를 선보이기도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AK소총을 든 북한 테러리스트의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유해진이 연기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간첩’은 오락영화로서 필요한 것을 마치 수집 하듯이 러닝타임 115분 안에 밀어 넣었다. 분명히 하나하나 따로 보았을 때 ‘간첩’은 매력적인 영화다.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액션신, 코미디라는 장르까지 추석용 오락영화로서의 덕목을 모두 갖춘 듯해 보인다.

그런데 하나로 묶인 ‘간첩’이 엉성하다. 각각의 요소들이 유기체처럼 움직이기 보다는 속언으로 따로 논다.

문제는 이야기다. ‘간첩’은 첩보요소와 액션, 휴먼드라마와 코미디까지 모든 장르를 두루 배치했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큰 줄기가 완성되지 않자 첩보신은 긴장감이 떨어지고 코미디는 희석됐다. 이야기가 허술하니 액션도 통쾌하지 않다.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해 호연하지만 김명민과 유해진을 제외하면 존재감이 떨어진다.

극 중 등장하는 몇몇 시사 요소도 불안정하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국정원 요원들이 촛불시위와 간첩을 엮는다거나 간첩이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큰 선거를 앞 둔 지금은 더 그렇다. 9월20일 개봉.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기사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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