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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F/W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홍혜진, 옷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다

2012-04-04 10:24:39

[김혜선 기자/ 사진 최지원 기자] 2009년 데뷔 이래 꾸준히 패션계의 주목을 받아온 디자이너 홍혜진을 만났다.

디자이너 홍혜진의 studio K는 지난 시즌 바이어와 프레스를 비롯해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함께 호평을 받은 컬렉션인지라 한 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번 패션쇼를 몇 일 앞두고 미리 만나본 홍혜진의 studio K 2012 F/W 컬렉션은 흥미진진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이미 대중들의 이성을 현혹시키고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4월4일 이 옷으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어 나올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됐다.

<2012 F/W sudio K, 인체-조각-옷>


“studio K 쇼에는 도입부분에 영상이나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옷을 이해하고 소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의 말처럼 인터뷰를 앞두고 studio K를 이해하기 컬렉션 티저 영상부터 미리 만나봤다. 이번 영상은 여성의 신체는 마네킹 모양으로 변하고 이 마네킹은 조각을 이루며 몸을 감싸는 형태를 담아냈다. 그 조각들은 다시 세포분열을 하듯이 새롭게 또 다른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줬다. 도대체 어떤 콘셉트로 이번 컬렉션이 진행되는 것일까.

홍혜진은 이번 컬렉션의 콘셉트를 ‘PARAMETRIC FABRICATION’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랩핑을 통해 인체의 아웃라인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봤다. 먼저 인체와 유사하게 만는 폼을 만들기를 시작했다”며 “드레이핑을 하지 않는 이상 평면패턴은 옷을 만들었을 때 몸에 맞는 옷의 최대치를 구현한 것일 뿐이지 않나. 그래서 입체로 완벽하게 랩핑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각각의 조각들을 활용해 인체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옷으로 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실에는 실제 모델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치수를 다각도로 체크하고 직접 조각을 몸에 맞게 연결시키는 작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홍혜진은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마치 실험을 하거나 인체에 대한 연구를 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디자인의 묘미>


이번 컬렉션 뿐만이 아니다. 디자이너 홍혜진은 늘 공부하는 자세로, 학생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옷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전체적인 컬렉션은 자연스럽게 흐르듯 깔끔하고 심플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에서는 studio K만의 묘미가 숨겨져 있다.

“옷의 콘셉트는 굉장히 예술적인 접근을 좋아하지만 아트웨어를 하는 사람이 아닌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결과물은 웨어러블하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매번 컬렉션마다 콘셉트는 늘 심오했다(웃음) 옷을 만드는 나는 새로운 접근을 가지고 의미를 담지만 입는 사람은 편안하게 입길 바란다”고 말했다.

TV에서 나오는 디자이너의 모습도 그렇고 주변 분들도 순간적이거나 직관적인 것에 영감을 얻어 스케치를 하면서 디자인을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디자이너 홍혜진은 관념에서 출발해서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해 다소 긴 과정을 거쳐 옷이 완성되는 편이다.

그렇다면 그의 관념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할까. 홍혜진은 “패션에서 있어서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클래식은 복고가 아닌 정통성에 가깝다”라며 “그러나 내 취미는 현대미술, 미디어, 건출, 미래사회에 관한 소설 등을 즐기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 콘텐츠에서 아마 나의 생각은 출발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스토링텔링 하듯이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서 출발해 클래식하고 모던하게 비주얼라이징을 하는 것이 곧 나의 패션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디자이너 홍혜진은 왜 studio K인가>


디자이너 홍혜진은 홍씨인데 왜 K라는 이니셜을 사용하는 것일까. 그는 “처음 브랜드 론칭을 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졸업 작품(패션쇼)을 만들 때처럼 가장 순수하고 내 안의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앉아서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K는 실제 대학에서도 금속공예 중 주얼리를 전공할 때 캐럿(karat)을 많이 좋아했다. 그래서 나의 출발점이란 의미와 주얼리 피스처럼 세심하고 완성도 있게 옷 만들고자 한 초심을 담은 이니셜이다”

디자이너를 인터뷰 하다보면 대부분은 일하면서 가장 힘들어지는 순간이 바로 바로 ‘자아에 대한 방향성’을 찾는 부분이라고 한다.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이게 내가 원래 하려던 것이 맞나?”, “이게 진짜 내 것이 맞나?” 등에 대한 고민이 오기 시작하면 너무 힘들다고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그런 면에서 홍혜진 디자이너는 자신의 시작점과 방향성이 뚜렷해 보였다. 신진디자이너로 시작해 뒤처지지 않고 studio K가 발전해 나갈 수 있었던 점은 이런 홍혜진의 고집 때문이 아닐까.

이어 홍헤진은 “나는 디자이너치고 다른 디자이너의 옷을 잘 안보는 편이다. 옷에 대한 나의 발상으로는 디자인 카피도 힘들다. 한편으로는 리스크도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라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그의 이런 고충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옷으로 이야기 하는 홍혜진. 요즘같이 카피 디자인이 난무하는 SPA 브랜드와 같은 패스트 패션 속에서 꿋꿋이 홍혜진과 studio K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그의 이번 컬렉션이 더욱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곧 있을 홍혜진의 studio K 2012 F/W 쇼도 더 먼 미래의 디자이너 홍혜진의 모습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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