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선 기자 /사진 이현무 기자] 베이비 복스에서 시크한 단발머리를 휘달리며 노래를 부르던 멤버를 기억하는가. 2011년 인기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의 푼수같고 털털한 단짝 친구 역할의 여배우를 아는가. 올해로 연예계 데뷔 15년차 이희진이 그 기억의 주인공이다.
이희진은 이제 베이비복스의 이미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이미지로 대중들 앞에 섰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들은 그가 예전에 섹시한 걸그룹 가수였는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을 터. 베이비복스를 아는 사람들도 이희진을 보면 쉽게 베이비복스를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도 변했고 대중도 변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가수 이희진에서 배우 이희진이 되기까지 그는 어떤 시간을 보내왔을까. 베이비복스 활동의 끝자락인 2004년도 쇼 뮤지컬 ‘펑키펑키’를 처음 하게 되면서 그동안 가수 활동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는 3분 내에 순간적인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콘셉트를 주로 선보이게 되고 나 역시 짧고 강렬한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 면에서 가수 활동은 한편으로 허무했고 활동 끝나고 집에가는길이 겁나고 외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뮤지컬이나 연극, 드라마를 통해 심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때로는 관객과 소통하면서 내면의 깊이감을 찾으려 노력하다보니 연기자로서 또 다른 희열 맛보게 됐다. 그래서 나에게 첫 작품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요즘은 배우돌이라고 불리는 아이돌 가수도 많지만 그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고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이들은 별로 없어서 분명 애로사항이 많았을 터. 배우돌 1세대인 그에게 물어봤다. 두렵지 않았냐고.

그룹의 정해진 색깔이 있듯이 기존의 베이비복스의 섹시한 이미지를 쉽게 벗을 수 없는 법.
이희진은 “굳이 버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안의 한편에 또 다른 이희진이 있음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나 역시 베이비복스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고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연기자로 전향하고 나서부터 일부터 예능프로그램도 나가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끝까지 가져가고 싶은 내 추억이고 또 하나의 내 이미지라 생각한다”며 “억지로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 때로는 과거의 모습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의 과거를 지우고 싶지 않다. 그것 역시 나이기 때문이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연기자로서의 입지는 소위말해 ‘한방’보다는 꾸준하게 다져 나아가며 사람 냄새나는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앞으로 더 꾸준히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하”

실제로 이희진은 ‘괜찮아 아빠딸’을 시작으로 ‘최고의 사랑’ 그리고 ‘해피엔드’까지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호평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 뒤에는 남몰래 숨겨진 노력이 있었다.
베이비복스로서 정상의 자리를 가본 그에게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소위말해 A급으로 불리는 톱스타 배우 반열에 올라 다시 한번 정상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이희진은 “사실 정상이라는 꼭대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조금씩 천천히 꾸준하게 연기를 하고 싶은 것이 내 목표지 최고로 반짝 거리기 위해 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주연들은 할 수 없는 매력적인 생활연기자, 조연으로 살아가고 싶다. 결혼을 해서도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늙어서도 나이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마칠 때쯤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편안한 느낌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는 언제나 마셔도 맛있고 나름의 매력적인 중독성을 지닌 ‘커피’같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이희진은 이희진이다. 아무리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베이비복스의 이희진도 이희진이고 드라마 속 이희진도 이희진이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과거에는 화려함에 가려졌을 뿐 연기자로서 조금씩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 어떤 신인 연기자들보다 당차보였다. 그래서 앞으로 연기자로서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그가 어떤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나타날지 더욱 기대된다.
(의상협찬: 체리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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