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네이버·두나무 합병 공식화…20兆 '핀테크 공룡'의 탄생

김민주 기자
2025-11-26 18:53:16
기사 이미지
네이버·두나무 합병…20兆 '핀테크 공룡'의 탄생=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계열사 편입을 26일 공식화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100%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품는다. (사진=연합뉴스: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네이버가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계열사 편입을 26일 공식화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100%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품는다.

이에 따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번 빅딜로 몸값 20조원에 달하는 핀테크 공룡이 탄생해 국내 금융과 블록체인산업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계약 안건을 의결했다.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고, 두나무 주식 전량을 이전받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두나무 주식 1주(43만9252원)당 네이버파이낸셜 신주 2.54주(17만2780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4조9000억원)과 두나무(15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는 1 대 3으로 산정됐지만, 두 회사 발행주식 총수가 달라 주식 교환 비율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1:2.54로 정해지면서, 두나무 주주는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2.54주를 받게 된다.

기사 이미지
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연합뉴스)


송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9.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네이버는 지분율이 크게 희석돼 2대주주(지분율 17%)로 내려앉는다. 이번 거래는 형식적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역합병 성격이 짙다. 송 회장뿐 아니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0%), 카카오인베스트먼트(8.11%), 우리기술투자(5.51%) 등 두나무 기존 주주들이 네이버파이낸셜의 과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두나무 경영진에게서 네이버파이낸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는다. 이렇게 되면 회계상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돼 매년 1조원 가까이 이익을 내는 두나무의 실적이 네이버파이낸셜을 거쳐 네이버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5% 오른 26만3500원에 마감했다.

미래 사업 측면에서도 두 회사 간 합병 시너지가 상당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결제 혁신이다. 네이버페이의 연간 결제액은 8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34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시대 개막과 함께 결제 패러다임이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점은 네이버에 고민거리였다. 향후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두나무의 노하우는 네이버가 구상하는 차세대 결제 시스템 구축에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슈퍼 앱의 등장도 기대된다. 네이버 앱 하나로 쇼핑부터 부동산, 주식, 예·적금뿐 아니라 가상자산까지 아우를 수 있어서다. 네이버 웹툰, 제페토 등 네이버의 강력한 지식재산권(IP) 역시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웹3 환경으로의 변화 속에서 선도적으로 글로벌에 도전할 새로운 원동력을 갖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합병 절차는 이사회 승인 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양사 주주총회는 내년 5월 22일, 주식 교환은 6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20조 원 규모의 국내 최대 핀테크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네이버는 “주식 교환 후에도 양사는 각자 사업을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구조 재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빅딜이 향후 통합 법인의 기업공개(IPO)를 향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은 물론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까지 노려볼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금융위원회의 ‘금가분리’ 예외 인정, 스테이블코인 발행 제한 등 규제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업계의 관측이 있다.

김민주 기자 
bnt뉴스 라이프팀 기사제보
life@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