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두산에너빌리티 목표가 상향

KB증권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목표주가를 11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미국 중심의 원전 산업 재편에 따른 수혜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터빈 등 신성장 동력의 수주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 9000원에서 11만 원으로 23.6% 올려 잡았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원전 산업 재편 수혜가 집중되고, SMR 수주 가시화 및 가스터빈 수출 본격화, 그리고 마누가(MANUGA)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수혜 기대감으로 장기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전 확대 행정명령 발표 이후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한 페르미 프로젝트는 2032년 가동을 목표로 대형원전 4기를 건설할 예정이며, 캐나다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건설 계획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정 연구원은 "원전 공급망의 핵심인 웨스팅하우스가 공급망 재건에 나서면서, 원자로 등 핵심 기자재 제작 능력을 갖춘 두산에너빌리티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 사업도 순항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SMR 전략 파트너사인 엑스에너지(X-Energy)는 올해 2월까지 아마존(AWS)으로부터 총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엑스에너지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30년 초 상업 운전을 목표로 모듈 4기 규모의 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자재 수주 시점도 기존 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가스터빈 수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에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복수의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8기 이상의 추가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가스터빈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무역협상에서 원전 협력 프로젝트인 '마누가(Make America and Ukraine Nuclear Great Again, MANUGA)'가 협상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미국 주도의 원전 공급망에 참여하는 대가로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얻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주력할 것"이라며 "협력이 강화될 경우, 정치적 우호 관계에 있고 실제 건설 경험이 풍부한 국내 원전 기업들의 추가적인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