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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터지는 실험실' 고기가 맛있는 이유

김민주 기자
2025-10-26 09: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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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터지는 실험실'  고기가 맛있는 이유, ENA 

ENA ‘입 터지는 실험실’이 인류의 사랑 ‘고기’를 주제로 한 수준 높은 티키타카로, 첫 방송부터 지식, 맛, 재미를 모두 터뜨렸다. 시청자들의 머리와 오감을 모두 사로잡은 새로운 차원의 과학 먹방 토크쇼의 포문이 제대로 열렸다.

지난 25일 방송된 ENA 신규 파일럿 예능 ‘입 터지는 실험실’(연출 송가희) 1회의 첫 번째 주제는 고기. MC 김풍, 궤도, 하영, 그리고 물리학자 김상욱, 화학자 이광렬이 ‘맛있다’라는 정의부터, “한국인이 쌀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는 고기가 맛있는 이유까지, 입이 터지는 토크를 이어갔다. 먼저 한 번쯤 의문을 품어봤던 생활밀착형 궁금증이 과학적으로 풀리는 재미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토론의 시작을 알린 ‘맛있다’의 정의가 시각처럼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맛과 향을 만드는 분자의 고유한 특성이 사람의 코와 혀에 제각각 작용하는데, 그 차이를 표현할 언어가 부족하기 때문. 되레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맛있다’로, 해로운 물질은 그렇지 않아 거부할 수 있게 설계된 뇌의 작용이라는 것이 김상욱의 과학적 접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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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터지는 실험실'  고기가 맛있는 이유

그렇게 이날 방송의 주제인 “고기가 왜 맛있을까?”의 결론을 도출하기 전, 각각의 출연자들은 ‘입 터지는 실험실’만의 시그니처인 ‘맛공식’을 꺼내놓았다. “고기 요리는 사랑”이라는 하영은 “둘 다 타이밍을 놓치면 끝난다”는 감성적 이유를 제시했다. 이에 이광렬은 “고기에 열을 가하다 보면 수분이 빠져 질겨진다. 그래서 관계에도 레스팅이 필요하다”며 화학적 비유로 화답했다. 여기에 궤도는 “고기 요리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공식을 들어, 블랙홀의 경계면처럼 되돌릴 수 없는 ‘익음의 경계’로 논리적 힘을 보탰다.

김풍은 “스테이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뜻밖의 물리학적 공식을 내세웠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고양이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자르기 전엔 스테이크가 레어, 미디움, 웰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물리학자가 등판, 오류를 짚어주는 과(학)몰입으로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김상욱이 고기는 종류, 두께, 불의 세기와 시간 등으로 고기의 익음 정도는 이미 결정돼있다는 점을 짚은 것. “고기 요리는 휘발유”라는 이광렬의 공식도 흥미를 더했다. 고기는 대부분 지방과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방과 휘발유는 분자식이 거의 같다는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김상욱의 “고기 요리는 향이 만든 가상현실” 가설 실험은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가상현실’ 발언으로 인해, “진짜 고기 말고, 고기 향이 나는 씹을 거리를 먹으면 되겠다”라는 집중 공격(?)을 받았는데,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각 패널들이 코를 막고 젤리를 맛봤는데, 단맛은 느꼈지만, 어떤 맛의 젤리인지 구별하지 못한 것. 즉 맛을 정의하는 80~95%가 후각에서 온다는 것이다. 지난 코로나 시국에 맛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겪은 환자들이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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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터지는 실험실'  고기가 맛있는 이유

따라서 고기의 맛은 인류가 발견한 ‘불’로 인해 더욱 진화하게 됐다. 김상욱은 이를 에너지 소비량이 20배 이상 높은 뇌가 굉장히 발달한 반면, 소화기관이 작은 인간에게 익힌 고기는 영양은 챙기고 소화는 잘 되는 음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광렬은 후각은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감각으로, 400여개의 코의 수용체가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구별한다는 생존의 관점을 짚었다. 이로써 고기가 맛있는 이유는 “적당한 기름기를 머금은 고기가 불과 만나 가열의 향이 만들어지며, 생존과 쾌락이 작동하는 최고의 음식”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렇게 빌드업된 과학적 분석은 가장 맛있는 고기의 익힘, 불고기 vs. 제육볶음 등의 논쟁과 더불어 맛있게 굽는 꿀팁으로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김풍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리버스 시어링’을 언급했는데, 오븐에 저온으로 먼저 익힌 후, 팬이나 그릴에서 짧게 겉면을 굽는 방식이다. 이광렬은 물이 빠르게 증발하지 않는 5-60도 저온에서 표면에 형성된 얇은 막이 육즙을 보존한 상태로 겉을 바삭하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란 과학적 설명을 곁들였다.

김풍의 ‘야매’적 입담, 궤도의 ‘과친자’적 궤소리, 하영의 순수한 호기심은 재미와 웃음까지 빈틈없이 채운 일등공신이었다. ‘아무말’에도 과학적 리액션으로 고품격 티키타카를 보여준 김상욱과 이광렬의 입담은 예상치 못했던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첫 회부터 미식과 지식의 경계를 허문 ‘입 터지는 실험실’은 매회 달라지는 주제에 따라 패널들 역시 변화하는 등 다양한 과학자와 패널의 조합으로 더욱 풍성한 토크를 예고해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입 터지는 실험실’은 매주 토요일 밤 9시 30분 ENA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