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할리우드 3관왕 '피렌체’ 이창열 감독, “김민종을 통해 중년의 고독을 담고 싶었다” [인터뷰]

김치윤 기자
2025-10-17 11:57:31
기사 이미지

삶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그 미묘한 감정선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창열 감독이 이번에 ‘피렌체’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전작 ‘그대 어이가리’로 해외 영화제 56관왕을 기록한 그가 지난 4일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Global Stage Hollywood Film Festival)에서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총 3관왕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피렌체’는 치열하게 살아온 중년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대중이 깊이 공감할 만한 삶의 무게와 회한을 담았다. 주인공 석인(김민종)이 젊은 시절 피렌체에서 친구와 함께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바쁜 현실 속 놓쳐온 인생의 본질을 되짚는다.

기사 이미지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영화제 2025'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이창열 감독을 직접 만나 ‘피렌체’의 구상 배경과 작품에 담긴 메타포, 그리고 생생한 수상 소감을 들어봤다. 

영화 제작 배경에 관해 묻자 이 감독은 2022년 피렌체 한국 영화제 참석 당시, 두오모 성당의 웅장함과 피렌체 거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단테의 도시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 석인의 삶을 단테가 살았던 삶과 같은 맥락으로 반추하는 과정에 많은 고뇌와 아픔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장면마다 의미와 메타포를 부여하려 고민했다는 이 감독은 ““단테가 열망했던 저 높은 이상을 ‘쿠폴라’라는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석인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영화 '피렌체' 감독 이창열 / 사진: bnt뉴스 DB


주요배역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중년 가장 석인 역에는 20여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김민종이 출연했다. 이 감독은 “김민종은 오래전부터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띤 작품으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던 배우”라며 그 바람이 이루어져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석인이 느끼는 알 수 없는 쓸쓸한 감정, 즉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가’하는 중년의 고독이 김민종 배우의 목소리, 호흡, 눈빛 연기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현장에서 깜짝 놀랐다고 극찬했다. 

극 중 석인의 감정선을 함께 따라가는 주요 인물 ‘유정’ 역에는 “예지원 배우를 생각하며 쓴 캐릭터라 굉장히 잘 맞게 표현해 줬다. 피렌체 촬영 당시 예 배우의 열정이 최고였다”라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기사 이미지


이어 이창열 감독은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에서 ‘피렌체’를 상영하고 귀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피렌체’가 성공이나 행복 추구보다는 현재의 삶을 가족, 지인과 늘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진솔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번 3관왕 수상은 이 감독이 인간의 내면과 삶에 관해 한층 더 밀도 있고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관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음을 입증했다.

한편 이 감독은 벌써 차기작으로 1992년 4월29일 LA 폭동 때 살아남은 한 여인과 어릴 때 파양 당한 후 무적자 신분으로 생존해야 했던 한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전해 기대를 모은다. 사람 본연의 감정에 집중해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을 선보이는 그가, 인종차별과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서사를 어떻게 담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로스엔젤레스(미국)=김연수 기자 yeon@bntnews.co.kr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