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송다연] “지금까진 너무 급했어요”
배우 류세비는 “피트니스 선수 겸 모델”이라며 본업 외의 여러 직업을 열거했다. 지난 2017년 하반기는 류세비의 시간이었다. 그는 ‘머슬 마니아 피트니스 코리아 챔피언십 2017’ ‘2017 피트니스 스타 챔피언십 아마추어 리그’ ‘머슬 앤 피트니스 2017 코리아 챔피언십’에 출전해 여러 부문의 1위를 차지했다. 불과 한 달 사이 이뤄진 일이다.
가능성의 실존을 입증할 그는 기다릴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묵묵히 인내한 기다림의 끝에는 어떤 입지가 배우를 기다리고 있을까. 피트니스 선수로서 몸을 단련하며 이제는 연기를 더 열심히 해보고 싶은 류세비를 bnt뉴스가 만났다.

안양예술고등학교와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그는 대중에게 인지도를 얻고 싶은 마음에 대회를 나갔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때까지 무용을 했어요. 헬스를 한 지는 6년 정도 됐고요. 웨이트를 배우기도 하고, 혼자서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대회 출전을 종용 받기도 했지만, 그때는 전공자 분들만 나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심사가 걱정됐지만 한편으로는 전문가 인정이 기대가 됐다는 류세비. 그는 1등을 목표로 했기에 지인들에게 대회 준비를 늦게 밝혔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1등만 기억하는 게 없지 않아 있잖아요. 최근 힘든 일이 많았는데, 굴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1등을 하지 않더라도 당당할 수 있지만, 1등에서 근거를 찾고 싶었죠.”
체중의 감량 그리고 근육의 단련. 고통을 이겨낸 원동력을 물으니 다시 한 번 그의 힘든 시절이 화두로 나왔다.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술만 마시면서 방탕하게 지낼 수도 있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죠. 운동은 저 자신과 싸우는 거지만, 사실 누군가의 시선을 생각했어요. 제가 무너질 거라고 기대하는 시선을 생각하면서 운동했어요. 울면서 운동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사실 그게 제일 큰 원동력이었어요.”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안양예고’를 나왔어요. 예고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교회였고요. 교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설교를 들었습니다. 자연스레 톱 스타들의 수상 소감이 떠올랐죠. 보통 하나님께 영광을 바친다고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연기 경험이 없었지만, 그래도 시험에 응시했어요.”
그간 류세비는 OCN ‘신의 퀴즈’ 시즌4, MBC ‘트라이앵글’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아직 내세울 만한 작품은 없어요. 딱히 데뷔작이 없네요. 연극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영화는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를 가리지 않았어요. 편집됐지만 영화 ‘통증’에도 출연했고요.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역할은 ‘신의 퀴즈’ 민주 역이었어요. 온 스태프 분들이 제 연기에 박수를 쳐주셨던 기억이 나요. 소리를 진짜 잘 지르거든요. (웃음)”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류세비는 “짙은 감정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다”라며, “밝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오해를 받는다”라고 했다. “저는 그 두 가지를 다 해보고 싶어요. SBS ‘신사의 품격’에서 윤진이 씨가 맡은 임메아리 역이 기억나요. 잘 어울리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영화에서는 미친 연기나 분노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자신 있어요.”
롤 모델은 없지만 한 사람을 꼽자면 배우 손예진이라고. 류세비는 연극에서 몸에 익은 큰 리액션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배우에 끌린다고 했다. “롤 모델은 항상 없었어요. 다만 그 사람의 특징을 닮고 싶어 해요. 예를 들면 손예진 씨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탐나요. 제가 연극을 했었기 때문에 리액션이 크거든요. 그분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부러웠어요.”

“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대답을 안 하는 것도 대답인 게 연기죠. 호흡만 있으면 드라마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호흡을 연기 제1 요소로 꼽은 그는 기다림도 언급했다. “기다릴 줄 아는 여유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지금까진 열정이 너무 앞섰거든요. 저를 궁금해 하지도 않는 이에게 너무 다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열정이 앞섰어요.”
더불어 류세비는 “나설 때를, 보여줄 때를, 기다릴 때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정말 멋진 배우가 아닐까 혼자 많이 생각했다. 열정을 깊이 갖고 있다가 때가 됐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다시 한 번 단어 기다림을 기자에게 건넸다.
그는 대답을 안 하는 것도 호흡을 거친다면 대답이 되는 것이 연기의 세계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기다림은 어떨까. 아무리 느린 전진일지라도 기다림으로 열정을 비축한다면 그것은 느린 전진 대신 오히려 누구보다 빠른 전진이 아닐까. 그저 역설의 대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의 뒤에는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 “1등만 기억하는” 현실일지라도 진리를 깨달은 류세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진할 것이다.
피트니스 스타 류세비. 그는 전진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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