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26년’에 함께 출연한 이경영, 안석환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흉터를 한 진구를 보고 “곽진배다”라고 말했다. 곽진배는 웃고 있어도 가장 아프다. 그를 연기한 진구 역시 편안하게 웃고 있지만 속에는 10년간 쌓아온 찐득한 무언가가 있다. 두 사람은 묘하게 닮았다.
삼청동의 모 카페.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진구는 수첩을 꺼내 자신이 한 말, 그리고 기자가 꺼냈던 말 중 인상 깊었던 것을 옮겨 적었다. 무엇을 적느냐고 물었더니 인터뷰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메모해 둔단다. 나중에 보면 느끼는 것이 많다고. 그렇게 진구와 기자는 서로가 하는 말들을 옮겨 적고, 생각하고, 경청하고, 웃었다. 뒤에서 지켜본 이는 재미있었을 것이다. 기자가 하는 말을 옮겨 적는 진구와, 진구가 하는 말을 옮겨 쓰는 기자.
무거운 역사를 품고 있는 작품에 출연했지만 진구는 “오히려 편안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곽진배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아버지를 잃고 그 여파로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조폭.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껄렁대기도 하지만 내면의 큰 상처를 가진 인물이다.
“4년 전, ‘26년’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엔 정말 엄청나게 메모를 했었어요. 동선 하나하나 파악하려 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깨끗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집착하지 않았어요. 연기한다는 느낌보다 ‘이 인물이 살아있구나’, 혹은 내 이야기를 하는 느낌으로 곽진배에 다가갔죠”
진구는 “대본은 깨끗했지만 곽진배의 모든 것을 마음 속에 썼다”고 말했다. 연기로 다가가기 보다는 캐릭터에 진심을 섞으려 했다. 자신이 무슨 연기를 하고 있을지 모를 정도로.
그래서일까. 이번 작품을 통해 진구는 참 많은 칭찬을 듣고 있다. ‘진구의 재발견’, 혹은 ‘포텐셜이 터졌다’는 표현도 보인다. 극중 곽진배 얼굴에 상처가 나는 장면을 인상깊게 보았다고 이야기 하자 진구는 오히려 웃으며 “운이 좋았던 장면이다”고 말했다.

‘26년’에 출연한 배우들은 22일 진행됐던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영화를 접했다. 진구에게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달라고 하자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관객 입장이 되더라”고 전했다. 이전 영화들이 자신의 연기를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용이었다면 이번에는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지켜보면서 몰입을 했다는 것. 그는 “곽진배가 마지막에 절규하는데 내가 연기한 것 같지 않았다. 마치 남이 연기한 것을 보고 있는 듯 하달까. 많이 울었다.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고 회상했다.
‘26년’은 진구에게 무겁게 다가온 영화지만 섣불리 의미를 규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들었던 의무감, 그리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광주의 비극은 잊지 않겠노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벌어진 일이지만 그동안 왜 이걸 몰랐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에 대한 분노보다 저에 대한 분노가 더 컸죠. 모르는 분들에게는 앞장서서 더 알리자, 알고 있는 분들은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것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으로 데뷔해 벌써 10년이다. 진구는 10년전 춘천의 모 고등학교에서 ‘올인’을 촬영한 진구와 ‘26년’ 크랭크업 날 엄마에게 칼을 맞았던 곽진배를 연기한 진구가 “다행스럽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데뷔 날과 마지막 촬영 날의 진구가 항상 같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때는 제대 한지 얼마 안되서 각을 정말 잘 잡았거든요. 제가 또 헌병 출신이라(웃음). 웃지도 않고 차렷자세로만 있었죠. 지금은 장난도 치고 사람들 대하는 것에 부드러워졌어요. ‘26년’에서도 촬영장의 장난꾸러기는 저였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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