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옥 기자 / 사진 이현무 기자] “독특한 옷을 입고 싶어 평범한 옷에 밤새 수를 놓기도 하고 책을 보며 독학했어요. 그렇게 패션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발견했죠”
이것이 홍은주 디자이너가 패션 디자이너로의 꿈을 키워가기 시작한 계기였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발을 들였지만 패션에 대한 열정과 실력으로 지금의 엔쥬반이 탄생된 것이다.
그 이후 홍은주 디자이너는 책을 보고 밤을 새워 수를 놓거나 리폼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입고 가면 대단하다며 믿지 못했다고. 이후 더욱 자신감을 얻어 옷 만드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한다.
이러한 홍은주 디자이너의 재능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삼남매에게 직접 옷을 지어 입히고 양장점을 하셨던 어머니의 뛰어난 감각을 물려받은 것. 이렇게 패션에 새로운 재능과 재미를 발견한 뒤 84년 패션공부를 위해 무작정 파리 에스모드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 에스모드, 크리스찬 디올 그리고 13년만의 귀국

400명중에서 15명만 졸업이 가능한 치열한 그곳에서는 졸업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언어의 장벽과 타이트한 커리큘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등으로 졸업했다. 끈기와 노력, 열정과 감각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양한 방면에서의 경험과 크리스찬 디올이라는 빅 하우스의 흐름을 익힌 그는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자심감으로 자신의 이름은 건 브랜드 런칭에 나선다. 91년 ‘홍 컬렉션’이라는 브랜드로 파리 컬렉션에 참가해 한국인 최초로 파리 레알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편찮으신 어머니를 위해 13년의 파리 생활을 접고 귀국을 결정, 파리에서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압구정점을 오픈하게 된다. 국내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픈 후 새로운 도약을 꿈꿨지만 IMF로 승승장구 했던 그가 쓴맛을 보아야했다. 한 달 방문자가 세 명인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감출 수 없는 실력과 감각으로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타게 된다.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국내 첫 컬렉션

어떤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당연 국내에서의 첫 컬렉션이라며 그 설레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1999년 자신만의 미니 컬렉션을 열었다. 당시 IMF로 인해 패션 산업은 물론이고 경제가 황폐화 됐을 시기였고 그에 걸맞은 콘셉트를 창안했다. 리사이클링 패션으로 생활 속 소품을 활용해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시킨 것. 양말을 해체하고 꽃병받침과 까만 고무신을 활용하는가 하면 남자의 옷을 여성의 것으로 개조하기도 하며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다음해에는 생지 티셔츠 50벌에 직접 민화를 그리고 리폼하여 컬렉션을 진행했다. 직접 옷에 그리고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일이지만 지금과 달리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고 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 행복했다고. 결국 이듬해 진태옥 디자이너의 초청을 받아 SFAA의 초대 디자이너로서 무대에 오르게 된다. 불황도 꺾지 못한 그의 열정으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이후 매 시즌 컬렉션 참가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엔쥬반옴므 런칭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렇듯 쉬지 않는 레이스도 모자라 3년 전부터는 해외에도 진출했다. 미국, 일본을 시작으로 홍콩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 시즌부터는 러시아 백화점에 테스트 오더를 진행했다. 현재 국내보다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할 예정이며 앞으로 인터내셔널 브랜드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엔쥬반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넌에이지룩’이예요”
매 시즌 독특한 아이디어와 믹스매치의 진수를 보여주는 홍은주 디자이너는 실용적이라고 말 할 수 없지만 그 가운데 웨어러블하고 독특한 흐름과 느낌이 있는 옷을 디자인하고자한다.
때문에 엔쥬반은 주름과 흐르는 듯한 실루엣을 중심으로 정형화 되어있지 않고 트렌드를 반영하되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 디자인으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넌에이지룩을 지향하고 있어 어떤 옷이든지 스타일링에 따라 자유롭게 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시즌 역시 그가 추구하는 흐름과 독특함이 담겨있다. ‘랩 어라운드’라는 주제로 이불, 머플러, 담요들을 뒤집어 쓰거나 감싼 듯한 느낌을 기본으로 했다. 구속되지 않은 내추럴한 실루엣에 컬러는 모노톤을 중심으로 강렬한 레드, 딥 블루, 와인, 베이지 컬러의 60벌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콘셉트는 점차 겨울이 추워지고 길어지는 현상에서 시작됐으며 특히 스트릿패션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홍은주 디자이너는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도 백화점의 옷보다는 사람들의 일상 패션과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도 추운 겨울 목도리와 두꺼운 외투를 부여잡고 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착안했다.
국내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

최근 서울컬렉션을 주최하는 서울시의 문제점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디자이너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과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기존 디자이너 그룹과 개별 디자이너들의 뭉친 것. 이에 홍은주 디자이너도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섰다.
그 결과 서울시는 디자이너부터 스케줄, 장소 선정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으로 패션계 목소리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또한 선배 디자이너들은 자존심과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대우보다는 후배들의 참여를 위해 아침이나 마지막 시간대를 자처했고 홍은주 디자이너 역시 가장 마지막 시간대를 선택해 양보의 미덕을 보였다.
신진과 중견 디자이너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어야 국내 패션 디자인이 발전하는 길이라는 그는 신진 디자이너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배로서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매 컬렉션 마다 믹스매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홍은주 디자이너는 국내 디자이너로 발걸음을 시작한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젊음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가 계속되지만 디자인 자체가 행복이라는 그의 모습에서 컬렉션이 임박했음에도 지친기색은 없었다.
군더더기 없이 편안해 보이는 역삼동 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실력과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이루어낸 성과임이 느껴졌다. 특별한 것보다는 평범한 것에서 매력을 느끼고 평범한 것을 다시 독특하고 특별하게 재구성하는 것. 이것이 많은 패션피플들이 그를 사랑하는 홍은주 디자이너만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한경닷컴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조인성-여진구-주상욱, 봄 바람난 스타들
▶레이디 가가 콘서트 패션, 어떻게 입을까?
▶김수현과 함께 제주도로 왕의 휴식 떠나볼까?
▶이소라-박한별-김사랑, 男心 사로잡는 봄 스타일링
▶스타들도 반했다! 그들을 사로잡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