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미지의 서울’ 박보영 4인분 해냈다... “나와 닮아 위로하고 싶었다” [인터뷰]

이진주 기자
2025-06-30 07:00:02
|‘미지의 서울’ 박보영 “1인 다역 그만... 차기작 밝은 분위기”
|‘미지의 서울’ 박보영 “연기 20년 상상 못 해... 이미지 변신 팬들 덕”

기사 이미지
박보영 인터뷰 프로필 (제공: BH엔터테인먼트)

“미지만큼 한강을 좋아한다. 시골에서 올라온 것도 비슷하고 인생에서 여러 번 실패도 겪었다. 마음이 힘들 때는 한강에서 한참 울음을 쏟아내고 나면 좀 후련해진다. 요즘은 스스로 다짐하고 돌아온다. ‘전처럼 울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 괜찮은데?’ 하고 금세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됐다”

‘미지의 서울’은 다름 아닌 ‘보영의 서울’이었다. 지난 29일 막을 내린 ‘미지의 서울’은 그야말로 박보영의 원맨쇼이자 연기 차력쇼였다.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줬으면 하는 기획 의도에 마음이 동했다는 그는 1인 2역 설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쌍둥이가 쌍둥이를 연기해야 하는 4인분의 몫을 해낸 것이다.

박보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소속사 사옥에서 진행된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너무 좋다. TV로 방영하는 드라마가 정말 오랜만이라 매주 본방을 같이 달렸다. 감사하게 좋은 반응들이 많아 찾아보는 재미가 있더라. 손가락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홀가분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지의 서울’은 불확실한 미래, 사회적 약자, 직장 내 괴롭힘 등 오늘날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성장 힐링물로 줄호평 세례를 받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이어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욕심이 났다. 대사들도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이 작품을 보는 시청자분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은 체구에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뽀블리’ 박보영은 “애교스럽다는 이미지 때문에 강단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어 일부러 선택했다. 전에는 판타지나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를 해왔기 때문에 하나의 이미지로 굳혀지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런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내 작품을 보며 힘을 얻었다는 팬의 편지를 읽고 장르를 다채롭게 확장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데뷔 20년 차에게도 다역할 세계관은 부담이었다. “질러놓고 어떡하지 싶었다. 첫 촬영 전까지 도망갈까도 싶었다. 마지막 촬영까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엄청 물음표였다”면서 “모르니까 용감하다고 하지 않나. 어떻게 촬영하는지 알게 된 이상 또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충분히 경험했다”고 웃어 보였다.

기사 이미지
박보영 인터뷰 프로필 (제공: BH엔터테인먼트)

일란성쌍둥이 ‘유미지’와 ‘유미래’는 닮은 듯했으나 디테일하게 달랐다. 그는 “미래는 머리를 깔끔히 묶는 반면, 미지는 단발 끝부분을 남긴다. 또 미래는 점막 라인을 다 채우는데 미지는 화장을 잘 못하는 탓에 눈꼬리만 살짝 흉내 내는 정도다. 클로즈업이 들어가면 눈매가 다르다”며 뿌듯해했다.

특히 초반 감정선 차이가 중요했다. 성년이 된 쌍둥이 캐릭터를 납득시켜야 했기 때문. “미래는 눈물을 꾹꾹 삼키고 미지는 아이같이 엉엉 울었다. 미래는 지극히 나 혼자 있을 때의 톤을 구축하려 했고, 미지는 내가 사회생활할 때 쓰는 톤을 찾아가려 했다. 그리고 딱히 미래는 미지인 척을 열심히 하지 않는 편이어서, 시골에 내려갔을 때 굳이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가장 많이 만나는 게 어차피 세진이라서”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나중엔 시청자분들이 미지랑 미래를 구분할 줄 아셔서 기분이 좋더라. 회사에서 지문 인증할 때 둘을 잘 모르게 연기했는데 어떻게 다들 아시더라. 이렇게 빨리 알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과 바로 알아봐 주는 반가운 마음이 교차했다”고 멋쩍어했다.

그런가 하면 사랑 방식도 달랐다. 호수에게는 뜨개질을, 세진에게는 트럭 운전을 알려주며 반전 매력을 꾀했다. 박보영은 “둘의 첫인상은 완전 반대였다. 근데 작품처럼 경수는 장난기가 많고 정말 웃기다. 집에 와서 누우면 피식하게 된다. 진영이는 애어른 같은 면이 있다. 사실 시간이 촉박해서 뜨개질을 엉망으로 넘겼는데 진영이가 침착하게 커버해 줘서 넘어갈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작품으로 거듭 성장했다는 그는 “화단에서 떨어지고 미지와 미래가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탈색 때문에 일주일 정도 텀을 두고 다시 가서 촬영을 해야 했다. 또 미지와 미래, 호수, 세진 네 명이 만났을 때 기술적으로 합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고 회상하기도.

무엇보다 쌍둥이다운 찰떡 호흡은 박보영의 빈틈없는 공격과 수비 덕에 가능했다. “내가 미지를 연기할 때는 리허설로 대역 분께 미래를 먼저 보여준다. 그러면 표정과 행동을 최대한 외워서 해주시는데 다시 내가 그대로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렇게 해야 미지와의 리액션이 맞는데도. 상대방의 연기를 보며 수정을 하는 편인데 계산된 연기를 하려니 어려웠다. 또 가끔은 눈높이가 안 맞아서 스탠드에 표시를 해놓고 혼자 허공에 대사를 뱉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기사 이미지
박보영 인터뷰 프로필 (제공: BH엔터테인먼트)

대사마저 버티는 청춘들부터 서투른 모녀들까지 보기 좋게 울렸다. 그는 “엄마는 나를 미래처럼 조심스럽고 어려워한다. 한번은 나도 다투다 엄마가 우시는데 그 순간 화난 감정이 싹 없어지더라. 작가님도 엄마랑 이런 경험을 했던 걸까? 모든 모녀는 다 이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사들이 현실에 기반한 것들이어서 더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고 공감했다.

급기야 박보영은 핸드폰 메모장을 꺼내 인상 깊은 문장들을 줄줄이 읊기도.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는 말을 많이 되뇌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부족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고, 살고자 하는 용감한 면과 맞닿아 있지 않나. 나에게 필요했던 이야기”라며 “나한테 후한 편이 아니다. ‘정신병동’ 이후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욕심이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상상도 못 했다. 연기로 20년을 할 줄은. 데뷔 때만 해도 감독님께 맨날 혼나서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보면 하고 있다. 그 과정을 돌아보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힘든 만큼 성장하더라”라며 “그래도 내가 못하고 있지 않나 보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대본을 읽고 느꼈던 마음을 시청자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그 역할을 앞으로도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박보영은 “정으로 작품을 하기에는 한 발짝 한 발짝이 중요한 시기다. 내 기준 재밌는 걸 선택하는데 주관적이다 보니 어렵다. 공통적으로는 마음이 동요가 되는가이다. 지금 ‘골드랜드’를 촬영하고 있는데 장르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캐릭터도 어둡다. 해서 차기작은 다시 밝은 분위기로 가려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2026년 공개 예정인 디즈니+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금괴를 우연히 넘겨받게 된 ‘희주’가 금괴를 둘러싼 여러 군상들의 탐욕과 배신이 얽힌 아수라장 속에서 금괴를 독차지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박보영은 김성철, 이현욱, 김희원, 문정희, 이광수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진주 기자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