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권남기의 맛있는 영화 이야기] 오늘의 요리 <파니핑크>①

2009-07-23 17:20:00

주방장 : 권남기
오늘의 추천 메뉴 : <파니 핑크>
요리 종류 : 독일 영화, 패미니즘 영화
주재료 : 사랑, 죽음, 23, 노처녀, 관, 점성술, 외로움, 동성애, 생일 케이


에피타이저

너무도 사랑스러운 영화 <파니 핑크>는 독일 여성 감독 도리스 되리가 연출을 했고, 마리아 슈라더가 출연한 영화이다. 도리스 되리 감독은 교수이자 영화감독인데, 소설가, 오페라 연출자로서도 활약을 하고 있다. 그녀의 다른 작품으로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내 남자친구의 유통기한>, <네 인생을 요리하는 법> 등이 있다. 도리스 되리 감독은 2006년 제8회 서울 여성영화제 때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유럽적 분위기와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배우 마리아 슈라더는 <러브 라이프>, <로젠스트라시>, <언피쉬> 등 여러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하는 배우인데, 특히 <러브 라이프>에서는 배우로서 뿐만아니라 각본가로서 참여하였다. 그녀는 <파니 핑크> 단 한편으로 독일의 맥 라이언이라 불리게 되었고, 갈라 영화 시상식에서는 독일 최고 여배우로 인정받았으며, 독일의 유명 제작자들과 감독들로부터 집중적인 출연 섭외를 받은 행운의 여주인공이다.



메인 요리
누구나 살아가면서 슬프거나, 우울할 때, 사랑을 잃을 때, 화가 날 때, 죽음이 떠오를 때 스스로의 치유책을 찾는다. 나에게 있어 그 치유책 중 하나가 <파니 핑크>를 보는 것이다. 이 영화를 나에게 알려준 여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도 난 이 영화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르페오가 가르쳐 준 것처럼 아픔을 잊으려 여자 친구의 사진을 접시에 담고 먹어도 보고, 영화 속 파니의 말을 따라하며 “난 강하다, 난 아름답다, 난 똑똑하다, 난 사랑하고 사랑 받는다.”라고 되뇌었다. 그러는 순간 어느새 내 마음속에 희망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이처럼 행복과 희망과 삶의 용기를 주는 한편의 영화는 마치 좋은 약과도 같다. 몸에 좋은 약! 오늘도 난 <파니 핑크>라는 알약을 하나 꿀꺽 삼켜본다.

검은 옷으로 온 몸을 감추고, 귀에는 해골 귀걸이를 하고, 해골들이 성교를 하는 무늬의 잠옷을 입고, ‘스스로 결정하는 죽음’이란 모임에 나가서 자살하는 법과 자신의 관을 만드는 여주인공 파니는 항상 외로움을 느끼며, 남자가 자신을 찾아와 주길 바란다.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오르페오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된다. 그는 사랑을 잃은 흑인이며, 게이이고, 엉터리 점성술사며, 밤에 클럽에서 여장 립싱크 가수로 일하고 있다. 파니는 오르페오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점을 보며 둘은 가까워지게 되고 결국 월세를 못내 자신의 방에서 쫓겨난 오르페오와 파니는 동거를 하게 된다.

항상 부정적이며 우울한 파니였지만, 그와 우정을 나누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귀여운 사기꾼 오르페오는 자신이 악트루스 행성으로 떠나야 한다며, 파니에게 옷과 금을 부탁한다. 파니는 오르페오가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해주면서 그에게 희생과 사랑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침내 오르페오는 엄청난 비행기 엔진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오르페오가 사라진 후 그를 그리워하던 파니 앞에 오르페오가 예언한 운명의 숫자 23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파니는 자신의 과거를 날려 버리듯 그녀가 만든 관을 아파트에서 던져 버린다.

톡 쏘는 맛
청량음료와 같이 시원하면서 톡 쏘는 듯한 느낌을 영화 전반에 걸쳐 맛볼 수 있다. 파니는 사랑을 원하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그녀는 사이비 점술가인 오르페오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찾아 간다. 뼈다귀 점을 보고, 초를 켜고 주문을 외우고, 머리카락을 자르고…그녀의 행동은 순박하면서도 귀엽다. 그건 꼭 파니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자살을 시험해 보고, 관을 만들고, 관속에 누워 묻혀보면서 죽음이라는 것을 알아가듯 오르페오를 통해 사랑을 알아간다. 파니에게 있어서 사랑의 부재는 죽음인 것이다. 영화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상큼하면서도 갈증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톡 쏘는 맛으로 요리했다.

■ 글 : 권남기 (영화감독&시나리오 작가)
■ 일러스트 : 권경민 (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한경닷컴 bnt뉴스 조은지 기자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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