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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중년의 이야기 ⑧] 흥행보다, 기억으로 남은 얼굴

김민주 기자
2026-02-10 10: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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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성공은 숫자로 말해진다. 관객 수, 순위, 흥행 성적.

하지만 어떤 영화는 숫자가 아니라 얼굴로 기억된다. 피렌체가 그렇다.

이 영화가 남긴 것은 흥행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얼굴이다. 화려한 장면보다 조용한 표정, 말보다 긴 침묵, 설명보다 깊은 시선.

배우 김민종의 얼굴은 이 영화에서 이야기보다 먼저 다가온다. 그 얼굴은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젊은 날의 배우가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중년의 배우는 기억을 보여준다.

피렌체 속 얼굴은 꾸미지 않는다. 감추지 않는다. 과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얼굴은 연기가 아니라 삶처럼 느껴진다.

주름의 깊이, 눈빛의 온도,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들.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시간을 대신 말해준다.

관객은 그 얼굴을 보며 배우를 떠올리기보다 자신의 얼굴을 먼저 떠올린다. 언제부터 얼굴이 말보다 많아졌는지, 언제부터 웃음 뒤에 시간이 쌓였는지.

한때는 표정으로 감정을 숨겼고, 말로 마음을 대신했지만, 이제는 얼굴이 먼저 말해주는 시간.

흥행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얼굴은 기억 속에 남는다.

피렌체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는 흥행보다, 기억으로 남은 얼굴이다. 

그리고 그 얼굴은 한 사람만의 시간이 아니다.

누군가의 젊은 날이었고, 누군가의 가장이었고,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던 시간. 웃음을 참고, 마음을 삼키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묵묵히 지나온 날들.

중년의 얼굴에는 그 모든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래서 관객은 그 얼굴을 보며 한 배우의 연기를 보기보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함께 떠올린다.

피렌체는 한 사람의 얼굴을 통해 중년이라는 시간의 얼굴을 보여준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과장된 장면 없이도, 그저 한 얼굴만으로 삶의 무게를 전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남긴 것은 흥행 기록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한 얼굴의 기억이다.

피렌체는 알고 있다. 흥행은 사라져도 얼굴은 남는다는 것을.

그래서 이 영화는 흥행보다, 기억으로 남은 얼굴이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