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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중년의 이야기 ④] 중년의 얼굴, 피렌체가 만난 사람

김민주 기자
2026-01-30 10: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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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은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을 말한다.

젊은 날의 얼굴이 속도와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중년의 얼굴은 지나온 시간을 보여준다.

영화 피렌체는 바로 그 얼굴에서 시작된다. 이 영화가 선택한 얼굴은 화려함보다 시간의 흔적에 가까운 얼굴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얼굴.

배우 김민종은 이 영화에서 누군가를 연기하기보다 한 사람의 시간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의 이미지 대신 삶을 지나온 표정이 먼저 보인다.

그 표정은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의 얼굴은 연기라기보다 기억처럼 느껴진다.

젊을 때는 얼굴이 말보다 먼저 앞섰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가 얼굴에 드러났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얼굴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얼마나 버텨왔는지, 무엇을 내려놓았는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가 표정 속에 담긴다.

피렌체 속 인물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이 많다. 하지만 그 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중년이 되어서야 말보다 표정이 많아지는 이유를 이 영화는 알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온 시간, 자신을 뒤로 미뤄온 시간,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마음. 그 모든 시간이 얼굴에 남는다.

피렌체는 그 얼굴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 대신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관객은 배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닮은 시간을 보게 된다.

중년의 얼굴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 피렌체는 그 진행 중인 시간을 조용히 기록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얼굴 앞에서 문득 오래 잊고 있던 자신의 시간을 만난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