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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중년의 이야기 ⑥] 느려진 시간, 비로소 보이는 삶

김민주 기자
2026-02-04 17: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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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중년의 이야기 ⑥] 느려진 시간, 비로소 보이는 삶 (제공: 영화사 순수)


느려진 시간, 다시 보이는 삶
느려진 시간, 비로소 만나는 삶
느려진 삶의 의미, 다시 보이는 삶

젊을 때의 시간은 항상 빠르다. 하루가 모자라고, 멈출 이유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속도를 줄이는 법을 배우기보다 속도를 높이는 법부터 배운다.

영화 피렌체는 그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삶이 갑자기 느려진 순간, 그 느려짐이 실패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젊은 날에는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했다. 얼마나 많이 이루는지, 얼마나 멀리 가는지가 삶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기준이 바뀐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피렌체 속 인물은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주변을 본다. 지나치는 풍경, 스쳐 지나간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얼굴.

느려진 시간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놓치고 지나온 감정, 말하지 못한 마음, 그리고 애써 외면했던 자신.

누군가를 위해 살아온 시간, 자신을 뒤로 미뤄온 시간. 그 시간 뒤에 찾아온 느려짐은 퇴보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다.

그래서 피렌체의 시간은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조금 따뜻하다.

관객은 그 느린 장면을 보며 자신의 속도를 떠올린다. 언제부터 그렇게 빨리 살아왔는지, 언제부터 자신을 뒤로 미뤄두었는지.

중년의 시간은 젊은 날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리듬이다. 더 빨리 가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덜 놓치기 위한 시간.

피렌체는 그 느려진 시간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장면 앞에서 문득 깨닫는다.

삶은 빠를수록 풍부해지는 것이 아니라, 느려질수록 비로소 삶이 된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