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스판의 가장 작은 말도 끝까지 나아가면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그룹 엑스러브(XLOV)는 그 이야기를 자신들의 음악으로 옮겼다. 정해진 모습에 머물지 않고 원하는 자신에게 다가가는 과정. 네 멤버가 무대에서 전하는 메시지이자, 이 팀의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앞선 인터뷰에서 마마무의 성공이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 믿음은 새로운 팀을 만나고 제작의 기반을 넓히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익숙한 이름에 새로운 이름을 더하며, 다음 음악을 준비하는 RBW의 오늘이다.
RBW는 지난 3월 자회사 WM엔터테인먼트를 통한 257엔터테인먼트의 포괄적 사업양수도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엑스러브의 전속권과 IP 자산, 임직원을 포함한 사업 전반이 대상이었다. 팀과 함께 그 팀의 음악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경험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엑스러브의 무엇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을까. 그가 직접 들려준 이유는 세 가지였다. 멤버들이 버텨온 시간, 우무티의 창작 역량, 그리고 팀을 이끌어온 박재용 대표에 대한 신뢰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네 멤버의 실력과 태도였다. 현·루이·하루·우무티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기본기가 단단했다. 김 대표는 그 실력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에도 마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프로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의지, 각자의 성장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판단의 바탕이 됐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박재용 대표였다.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 멤버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 엑스러브를 성공시키겠다는 집중력과 목표가 김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팀의 재능과 함께 그 재능을 믿고 힘을 쏟아온 사람까지 본 선택이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이들의 미래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선배 제작자로서 힘을 보태자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5년간 제작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전하며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능성에 자본을 투입하는 투자자의 결단과, 시행착오를 함께 줄여갈 선배의 역할. 엑스러브와 손잡은 결정에는 두 가지 뜻이 함께 담겼다.

우무티·루이·현·하루로 구성된 엑스러브는 2025년 1월 데뷔했다. 성별에 따른 고정된 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리스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의상이나 메이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신들이 전하고 싶은 생각을 앨범과 무대로 이어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멤버들의 출발을 알고 나면 화려한 무대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각자의 길에서 쌓은 경험을 한 팀의 표현으로 맞춰가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무티는 단순히 연예인이 되기 위한 데뷔보다 세상에 전할 메시지가 있는 팀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스타일 뒤에는 함께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믿고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미니 2집 ‘I,God’에서는 그 구상이 체스의 ‘폰의 승급’이라는 서사로 이어졌다. 작은 말이 마지막 칸에 도착해 새로운 힘을 얻듯, 불완전한 존재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앨범 속 상징을 이해하면 엑스러브의 과감한 표현도 하나의 성장 과정으로 읽힌다.
음악의 구성도 다채롭다. 재즈를 바탕으로 한 인트로와 하우스·힙합 등 여러 요소를 담았고, 우무티와 루이, 현과 하루가 각각 호흡을 맞춘 유닛곡도 실었다. 네 사람이 함께하는 무대 안에서 두 사람씩 다른 조합을 보여주는 셈이다. 팀의 이야기를 유지하면서 멤버별 매력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 개성에 대한 반응은 음반 판매에서도 나타났다. ‘I,God’은 발매 첫 주 판매량 20만 장을 넘기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신인의 낯선 시도가 실제로 음반을 선택하는 팬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아티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성과다.
활동은 해외로도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앨범 발매 기념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스페인과 루마니아의 음악 축제 무대에도 올랐다. 음악을 듣는 데서 시작된 관심이 현장의 만남으로 넓어진 것이다. 앨범과 공연, 콘텐츠로 팬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모습은 RBW가 이 팀과 함께 그려갈 활동에도 기대를 더한다.
오는 10월 28일에는 미니 3집 ‘i=!’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작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다음 앨범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엑스러브의 현재는 한 번의 화제에 머물러 있지 않다. 팬들이 다음 작품을 기다릴 이유를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제작 환경의 변화는 멤버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우무티는 같은 6월 인터뷰에서 고정 연습실 없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던 시절을 돌아보며, 이제는 자신들의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원이 부족해 여러 일을 나눠 맡던 때와 달리 음악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연습 공간과 작업 시간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김 대표가 말한 조력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가능성을 보고 내린 투자 결정이 아티스트의 일상에서도 의미를 얻고 있다.

엑스러브가 새로운 팀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면, 권은비와의 동행은 경험을 쌓은 솔로 아티스트와의 만남이다. RBW는 지난 4월 권은비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이즈원 활동을 거쳐 ‘도어’, ‘글리치’, ‘언더워터’ 등으로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온 가수다.
RBW는 계약 발표에서 권은비의 보컬과 퍼포먼스 역량을 언급하며 음악적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과 솔로 활동을 모두 경험한 아티스트가 새로운 제작 환경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관심이 모인다.
두 만남을 나란히 놓으면 RBW의 선택이 보인다. 자기 색깔로 팬을 모으는 신인과 무대 경험이 풍부한 솔로 가수. 서로 다른 경력과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합류하면서, RBW가 들려줄 음악과 관객이 기다릴 무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마마무를 제작하며 쌓은 경험과 원위의 밴드 음악을 지원해온 시간은 새로운 아티스트와 함께할 바탕이다. 여기에 각 팀이 가진 창작 방식이 더해진다. 회사의 경험과 아티스트의 개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다음 작품의 가능성이 열린다.
RBW는 지난 8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신사옥 준공 소식도 전했다. 녹음실과 안무 연습실, 자체 미디어 스튜디오, 트레이닝 공간 등을 갖추고 본사와 주요 계열사의 업무 공간을 모으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의사결정과 콘텐츠 제작의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맞이하는 일과 이들이 활동할 환경을 갖추는 일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그곳에서 나올 음악으로 향한다. 엑스러브의 다음 앨범과 권은비의 새로운 무대는 팬들에게는 기다릴 작품이고, 회사를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만남의 의미를 확인할 기회다.
마마무의 가능성에 힘을 실었던 김진우는 이제 또 다른 출발을 함께하고 있다. 서로 다른 아티스트들이 자기 이름으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다음 곡과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일. 그 선택들이 모여 RBW의 음악 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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