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 친일 의혹이 사흘 만의 자필 사과로 이어지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정작 다른 방향의 논쟁이 뜨겁다.
"왜 하영에게만 유독 가혹하냐"는 두둔론과, 이에 맞선 누리꾼들의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후 그 증조부가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안상호라는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커졌고, 소속사가 "사실무근"이라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해 사과하는 과정을 거쳐 12일 하영 본인의 자필 사과문 게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여론 일부는 "박찬욱 감독 등도 친일 후손으로 알려졌는데 왜 유독 하영만 이렇게까지 비난받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연좌제를 금지하는 원칙에 비춰볼 때 조상의 과오로 후손을 재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두둔론에 누리꾼들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그동안 친일파 후손에 대해서는 막연히 "잘 먹고 잘산다더라"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그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은 드물었다는 것이다.
즉 "이 정도로 잘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배신감이 분노의 실질적인 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하영의 SNS 사과문 게시물에는 이런 정서를 반영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매국노 조상은 후손들 전재산 몰수, 학력 및 자격증 박탈, 영구 추방시켜라", "하영은 연예계 접고 봉사하며 살아야 한다" 등 강경한 목소리가 다수의 공감을 얻는가 하면, "왜 좌익 빨치산 후손인 문근영에겐 분노하지 않느냐"는 식의 역비교 댓글도 함께 올라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비슷한 논란을 겪은 배우들의 대응 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하영과의 온도 차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우 강동원은 2017년 외증조부 이종만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자 "당시에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며 곧바로 사과했고, 이후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열사 역을 맡으며 유가족을 직접 찾고 이한열기념사업회에 거액을 익명으로 후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반면 하영 소속사는 처음에 "사실무근"이라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해 사과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 초기 대응의 온도차가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게 잘못이냐"는 반문도 여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조상의 잘못을 후손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동시에 조상의 '훈장'을 방송에서 자랑처럼 꺼낸 것 역시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방패로 삼을 수 없다면 애초에 훈장으로도 쓰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하영이 출연한 광고 영상이 잇따라 비공개 전환되고, 문제의 발언이 나온 '옥탑방의 문제아들' 해당 회차는 OTT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관련 인터뷰 일정도 취소된 상태다.
하영 친일 논란은 증조부 안상호의 대정친목회 평의원 이력과 자필 사과문 공개로 표면적 매듭을 지었지만, 논란의 무게중심이 조상의 친일 행적 자체에서 대중의 배신감과 형평성 시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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