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와 함께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는 국제사회가 수용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윤 전 대표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미의회교류센터(KIPEC) 세미나에서 “북한에게 가장 시급한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제재 해제이고, 두 번째는 그들의 핵무기를 인정받고 수용받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요구는 한국과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국조차도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며 북미 협상 재개의 난항을 거듭 강조했다.
윤 전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현시점에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 배경으로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트라우마 △러시아 밀착과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중국과의 관계 개선 △사이버 해킹을 통한 외화 수입 증가 등을 꼽았다.
윤 전 대표는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다시 트럼프를 만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없이 북미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그는 “트럼프 1기 당시 북미 대화 역시 평창올림픽과 문재인 정부의 중재에서 출발했다”며 “한국의 도움이 없이는 미국도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북미 간 모든 대화의 핵심 요소”라며 “과거든 현재든, 한국 정부의 중재와 협력 없이는 어떤 대화도, 어떤 성과도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친중·반미’ 논란에 대해 “당선 전후로 의구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두 차례 정상회담과 외교 전문가들의 소통 노력으로 그런 우려는 완전히 불식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우려와 달리 과거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당시 주한미군 감축이나 4성 장군 위상 약화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않았고 대부분 잡음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한국은 이제 안보·경제 양 축 모두에서 미국과 대등한 대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며 “동맹의 질적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성숙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성조기를 흔든 일부 극우 시위대에 대해서는 “기이하고 미친 행동이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주한미국대사대리로 재직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요청하던 그들을 보고 솔직히 ’미쳤다(Crazy)’고 생각했다”며 “마치 윤 전 대통령이 ’신이 선택한 사람(Anointed by God)’인 양 떠받드는 모습은 매우 기이했다”고 말했다.
현재 공석인 주한미국대사 인선과 관련해 윤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우면서도 경륜이 풍부한 인사를 찾고 있다”며 “아직 대사를 임명하지 않은 나라 중 한국과 독일이 최우선 순위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의 협력 흐름은 일시적 순환이 아니라 새로운 추세선에 올라섰다”며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젊은 세대일수록 과거사에 덜 얽매이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윤 전 대표는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트럼프 1기 행정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주한미국대사대리로 재직한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북핵 전문가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