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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지각으로 경기 지연…여자프로농구 ‘초유의 촌극’

서정민 기자
2026-01-17 07: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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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지각으로 경기 지연…여자프로농구 ‘초유의 촌극’ (사진=KB스타즈 SNS)

프로농구 경기 시작 시간을 앞두고 심판이 도착하지 않아 경기가 지연되는 황당한 촌극이 벌어졌다. 

부정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심판 배정 시스템이 오히려 물리적인 이동 시간조차 계산하지 못하는 아마추어 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1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경기는 예정된 오후 7시가 아닌 7시 30분에 시작됐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심판 배정 통보가 지나치게 늦어지면서 심판진이 제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WKBL은 긴급 공지를 통해 “심판진 도착 지연으로 경기 시작 시간을 7시 30분으로 변경한다”며 “예기치 못한 일정 변경으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팬 여러분과 양 팀 선수단, 관계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연맹의 행정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됐다. WKBL 관계자는 “심판 매수 등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경기 당일 임박해서 배정 사실을 통보하곤 한다”면서도 “오늘은 전달 타이밍이 평소보다 더 늦어지면서 심판들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 배정 마감 시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면서 “이번 일은 배정 시스템의 허점으로 인해 발생한 안 좋은 사례다. 내부적으로 배정 시스템과 관련해 재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공정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당일 배정을 고수하면서도, 정작 심판이 물리적으로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까지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프로 리그 운영의 기본인 경기 시간 준수조차 지키지 못한 셈이다.

졸지에 피해를 보게 된 홈팀 KB스타즈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구단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보상안을 내놨다.

KB스타즈는 공식 SNS를 통해 “구단의 홈 경기 운영 범위 밖의 영역이나, 경기장에 방문해주신 모든 관중 여러분의 입장권을 전액 환불해 드릴 예정”이라며 “금일 경기는 무료 입장으로 전환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정확한 경위와 환불 절차는 추가로 공지하겠다. 신속한 경기 운영과 재발 방지를 위해 연맹과 공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연맹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WKBL은 “경기 개시가 약 30분 지연된 사안과 관련하여 경기 운영에 차질을 빚은 점에 대해 팬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중대한 문제로 보고 해당 사안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 책임자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재정위원회를 개최하여 경기 지연 발생 경위 및 후속 조치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일 경기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관중 환불 조치와 관련된 비용은 WKBL이 전액 부담할 예정”이라며 KB스타즈의 선제적 조치에 대한 비용을 연맹이 책임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KB스타즈는 흔들리지 않았다. KB스타즈는 이날 신한은행을 88-77로 격파하고 2연승을 질주했다. 에이스 강이슬이 3점슛 7개를 포함해 32점을 폭발시켰고, 박지수(18점 9리바운드)와 사카이 사라(11점 8어시스트)가 뒤를 받쳤다. 특히 KB스타즈는 어시스트 31개를 기록하며 구단 역대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 기록도 작성했다.

9승 6패로 2위에 오른 KB스타즈와 달리, 신한은행은 9연패 수렁에 빠지며 2승 13패 최하위에 머물렀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