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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의 중년 영화 피렌체⑥] 연말, 극장에서 나를 만나는 이유

김민주 기자
2025-12-29 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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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의 중년 영화 피렌체⑥] 연말, 극장에서 나를 만나는 이유 (출처: 영화사 순수)

연말에 돌아보는 중년의 시간


중년에게 연말은 무언가를 더 이루기보다, 지금의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잘 살았는지를 따지기보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피렌체는 그런 순간에 조용히 다가오는 영화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말보다 김민종의 표정과 여운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는 이어지지만, 관객의 마음은 자꾸 현재에 머문다.

김민종이 연기한 인물은 삶에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앞으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의 자신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그 모습은 연말을 맞은 중년의 마음과 닮아 있다.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삶을 서둘 필요는 없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내 시간이 떠오른다. 올해 내가 했던 선택들과, 지나온 사람들, 기뻤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들. 잘했는지 따지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더 솔직해진다. 이 영화가 전하는 중년의 시간은 후회나 미련이 아니라, 아직 다 되지 않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피렌체는 연말연초에 혼자 보기 좋은, 중년을 위한 영화다.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기보다,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조용한 극장에 앉아 있다 보면, 영화보다 내가 지나온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피렌체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잘 살았는지 따지지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잠시 돌아봐도 괜찮다. 연말에,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극장에 앉아있어도 괜찮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연말연초에 혼자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중년의 영화다. 극장에서 잠시 나 자신을 만나고 돌아오게 되는 이유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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