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강태오가 6년 만의 사극이자 입대 전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본격적인 행보였던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남녀 영혼 체인지라는 고난도 연기를 통해 그는 한층 더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과 단단해진 내공을 증명해 냈다.
지난 20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극본 조승희, 연출 이동현, 이하 ‘이강달’)는 웃음을 잃은 세자와 기억을 잃은 부보상의 영혼 체인지 역지사지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갑작스레 몸이 뒤바뀌게 된 세자 이강(강태오 분)과 부보상 박달이(김세정 분), 그리고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깊게 얽히는 제운대군 이운(이신영 분)과 좌상의 딸 김우희(홍수주 분)의 각기 다른 로맨스를 담았다.
강태오는 극 중 세자 이강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기방을 드나들며 사치와 유흥을 즐기는 ‘조선 최고의 망나니’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복수를 준비하며 발톱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파트너인 김세정의 사소한 디테일까지 따라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강과 이강 몸에 들어온 달이를 연기해야 해서 이질감이 들면 어쩌나 고민을 했습니다. 세정 씨가 생각할 때 눈을 굴리는 버릇이 있더라고요. 그런 거나, 여성분들이 뛸 때 치마를 들고 뛰는 것처럼, 달이 영혼이 들어오면 바지를 입어도 치마 잡듯이 옷을 잡지 않을까 생각해서 적용했죠.”
그는 김세정이 읽어준 대사를 녹음해 영어 듣기평가를 하듯 억양을 따라 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강태오는 “나중에는 달이 영혼이 들어온 연기가 더 편해져서 감독님께 농담으로 ‘몸 바뀐 강C(체인지) 버전이 더 (연기하기) 편하다’고 했을 정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강태오는 “모든 문장이 벅찼다”며 1인 2역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투리를 써야 하는데 그냥 충청도 사투리가 아니라 ‘김세정이 쓰는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해야 해서 어렵더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사극에 판타지가 가미된 장르다. 1인 2역에 도전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작품인데 출연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강태오는 “‘녹두전’ 이후 사극이라는 장르를 6년간 안 했다”며 “제가 사극을 하고 싶기도 했다. 또 영혼이 바뀐다는 소재가 재미있더라. 대본도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부 엔딩 대본을 보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펑펑 울었다. 대본이 정말 좋다”며 “제가 태어나서 세 번 울었는데, 태어날 때와 군대 갈 때, 그리고 이번 대본을 봤을 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태오는 ‘이강달’로 오는 30일 열리는 ‘2025 MBC 연기대상’의 베스트커플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단톡방에서 김세정이 ‘후보에 올랐는데 반응이 좋다’고 이야기하더라”며 “김칫국 마시지 말자고 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친구들도 ‘무슨 상 받고 싶으냐’고 묻더라. 학창시절 개근상도 받아보고, 하모니카로 동상도 받아봤다. 또 ‘녹두전’으로 배우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인상도 받았다. 상은 받으면 기분 좋지 않나. 상은 어떤 상이든 다 좋을 것 같다”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우영우’로 많은 사랑을 해주셨다. 사실 전 촬영 당시 큰 기대를 안 하고 촬영했었다. 군대에 다녀와서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사랑받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영우’ 덕분에 전역 후 작품이 끊이지 않았다”며 “‘감자연구소’는 전작의 이미지와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자 선택한 작품이었다. 시청률을 떠나서 저는 절대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강태오는 또 “제가 인복이 있다. 함께 촬영한 이선빈 씨를 비롯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작품이었다. 또 어려운 대사가 많아 제겐 큰 도전이 되기도 했다.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은 OTT로도 많이 보시지 않나. 언젠가는 다 봐주실 거라 믿기에 아쉽지도, 서운하지도 않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강태오는 데뷔 13년 차를 맞이한 배우로서 자신이 그리는 미래와 가치관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는 ‘역할이 남는 배우’라는 평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며 “물론 작품이 잘 돼서 ‘강태오’라는 이름이 유명해지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연기하는 사람으로서는 제 이름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불리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강태오’보다는 ‘이준호’, ‘이강’ 같은 작품 속 인물들로 기억되는 것이 배우로서 저의 다양한 면모를 인정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 예전엔 나만 연기 잘하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에서의 행실과 태도가 연기만큼이나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기력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한층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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