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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백만장자’ 17년째 아프리카 나눔

박지혜 기자
2025-11-27 08: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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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백만장자’ 17년째 아프리카 나눔 (사진=EBS)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가 '남수단 톤즈의 엄마'로 불리며 17년째 이어온 나눔의 여정을 공개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26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이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故 앙드레김과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대한민국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광희가 출연했다. 현모양처를 꿈꾸던 평범한 소녀에서 '대한민국 1%' 유명 인사들의 스타일을 책임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그녀의 40년 디자이너 인생에 담긴 철학과 성공의 비밀이 전격 공개됐다.

이광희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1984년 방영된 국민드라마 '사랑과 진실'의 주인공 원미경의 의상을 전담하면서였다. '의상 협찬'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이광희는 원미경의 드라마 의상에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고, 그 패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스타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이광희는 이순자·김옥숙·손명순·이희호·김윤옥 여사까지 '역대 영부인 5명'의 의상을 담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영부인들과의 인연에 대해 "예전부터 옷을 해드렸던 분들인데, 영부인이 되신 것뿐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담담히 설명했다. 또 이광희는 국내 굴지의 재벌가 웨딩드레스를 제작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시어머니·시누이·며느리까지 물려입은 '현○家 3대 대물림 웨딩드레스'도 그녀의 작품이다.

E대에서 비서학과를 전공하며 현모양처를 꿈꿨던 이광희는, 옷에 대한 관심으로 복장학원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자신의 숍을 개업한 뒤에는 "옷을 만들기 시작해서 고객이 찾아갈 때까지 잠을 못 잤다"고 말할 만큼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하지만 전성기였던 1999년, 이광희는 초대형 스캔들 '고위층 옷로비 사건'에 억울하게 휘말리며 위기를 맞는다. 

당시 신문들은 '남산 L모 디자이너가 고위 정계 인사에게 옷을 선물했다'며 그녀를 향한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이에 이광희는 직접 신문사로 달려가 "사람을 소개하지 않는 것, 옷을 선물하지 않는 것이 내가 지켜온 원칙"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며 억울함을 벗었다.

현재 이광희는 패션 디자이너 외에 '아프리카 지원 NGO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2009년, 아프리카에서 오랜 세월 봉사 중이었던 배우 김혜자를 따라 호기심에 남수단 톤즈를 방문한 그녀는, 자신에게 직접 잡은 생선을 내어준 한 아이의 '순수한 호의'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광희는 "그 생선이면 굶주렸을 가족들이 얼마 동안을 먹을 수 있을 텐데…"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첫 방문에 주민들의 생계를 도울 망고나무 100그루를 심은 것을 시작으로, 어느새 5만 그루의 망고나무를 심었다. 또 유치원부터 초등·중등 과정 학교를 세워 현재까지 졸업생 800명을 배출했으며, 이제는 고등학교 설립을 앞두고 있다.

2015년부터는 가난한 톤즈 안에서도 더 가난한 '한센마을'을 찾아 학교와 의료 복합 센터를 건립하며 한센인들의 삶도 함께 보듬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나눔 정신은 모두 자신의 안위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살폈던 부모님으로부터 비롯됐다. 이광희는 "어릴 적 어머니가 한센인들을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걸 보고 자랐다. 아버지는 전쟁 직후 고아들을 위해 보육원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이광희는 톤즈 주민들이 "엄마 같다"며 직접 지어준 별명 '마마 리(Mama Lee)'로 불리며 그들과 17년째 함께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벼랑 끝에서 돼지로 1800억 번 농부' 이범호 편이 방송된다.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매주 수요일 밤 9시 55분 방송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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