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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김연경, 은퇴식 쓴소리

여자배구 '전설' 김연경, 선수로는 코트와 작별…10번 영구결번
배구 여제 김연경, 은퇴식서 한국 배구에 쓴소리 “장기 플랜 없는 시스템이 팬들 화나게 만들어”
박지혜 기자
2025-10-20 07: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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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김연경, 은퇴식 쓴소리 (사진=연합뉴스)

‘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을 통해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도, 한국 배구계를 향한 날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2025-2026 V리그 여자부 개막전 직후 열린 은퇴식에는 5,401명의 관중이 모여 레전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김연경이 선수 생활 내내 달았던 등번호 10번을 구단 최초로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며 그의 공헌을 기렸다.

은퇴식 후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은 최근 국제 경쟁력 약화로 침체에 빠진 한국 배구의 현실을 직시하며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매년 바뀌는 시스템, 장기성이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분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 같다”며 “현재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플랜이 있다면 팬들도 기다려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4년, 8년, 심지어 12년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LA 올림픽, 브리즈번 올림픽, 그 다음까지도 봐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그는 “팬들이 봤을 때도 납득 가능한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V리그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을 통한 리그 수준 향상을 강력히 주장했다. “현재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는 건 기회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 이외에는 도전하기 힘든 시스템”이라며 “차라리 V리그 수준을 높이자.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오면 우리 국내 선수들 기량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군 리그 창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밖에서 대기하는 선수들이 되게 많다”며 “1군 엔트리를 콤팩트하게 줄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2군에서 훈련하고 시합을 뛰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들은 이해가 안 된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김연경은 한일전산여고 시절부터 국가대표팀까지 줄곧 10번을 달고 뛰며 한국 배구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두 차례 4강 신화를 이끌었고, 일본·터키·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도 세계적인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V리그에서는 정규시즌 MVP 7회, 챔피언결정전 MVP 4회, 라운드 MVP 14회 등 각종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화려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은퇴 후에도 김연경은 흥국생명 어드바이저, KYK 재단 운영, MBC 예능 프로그램 ‘신임감독 김연경’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은퇴 후 쉴 틈 없이 스케줄을 하다가 최근에야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 앞으로의 방향을 차근차근 찾아보려 한다”며 “재단과 아카데미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레베카 라셈의 28득점 활약으로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떠나는 레전드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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