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박찬욱 다큐’ 창작 철학

박지혜 기자
2025-10-10 08:55:37
기사 이미지
‘박찬욱 다큐’ 창작 철학 (사진=SBS)


9일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NEW OLD BOY 박찬욱’에서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의 특별한 리더십과 창작 철학이 통해 깊이 있게 조명되었다.

‘NEW OLD BOY 박찬욱’ 2회에서는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이유를 그의 독창적인 제작 방식과 인간적인 면모에서 찾아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성실함으로 유명하며, 촬영장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는 고요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끈다. 배우 손예진은 “누구한테도 ‘야, 빨리 해’ 같은 말을 하는 걸 못 봤다”고 증언했으며, 송강호 역시 “말도 잘 안 한다. 아주 조용하신 분이다”라고 전해 그의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류승완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따뜻함을 느끼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창작 방식은 '새로움'과 '예상치 못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데 있다. 정서경 작가는 “가장 많이 하신 말이 무조건 새로운 것만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하며, “한 번도 안 들어본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당시 청순한 이미지의 이영애를 파격적으로 캐스팅하고, ‘박쥐’에서 송강호를 기존의 뱀파이어와는 다른 평범한 인물로 변모시킨 대담한 시도들로 이어진다. 이영애는 “장금이하고 완전히 정반대인 캐릭터니까. ‘알에서 깨어나고 싶었다’”며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고, 염혜란 배우 또한 ‘관능적인 홍조’가 언급된 배역 제안에 “그 역할을 할 것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재미가 없잖아. 그때 감독님한테 반한 것 같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박 감독은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하며, 예측 가능한 클리셰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음악회, 전시회는 물론 촬영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사진을 찍으며 미장센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다. 배우들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장에서 음악을 적극 활용하는 등 다채로운 방법을 동원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탕웨이 배우는 ‘헤어질 결심’ OST ‘안개’에 담긴 감독의 마음을 느끼고 울컥했던 경험을 전하며, 감독이 직접 녹음해 준 대사로 수천 번 연습했다고 밝혀 그의 세심한 디렉팅을 짐작게 했다.
기사 이미지
‘박찬욱 다큐’ 창작 철학 (사진=SBS)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에 기반한 협업 능력이다. 그는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과 평균 20년 이상 함께 작업하며 '창작자 대 창작자'로 모두를 대우한다. 이경미 감독은 과거 영화계에 만연했던 ‘룸살롱 문화’가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언급하며, 정서경 작가 역시 “창작자의 노동이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잘 느껴지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동료들은 박 감독이 주연 배우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의 의견을 경청하고 작품에 녹여내는 모습에 “그 영화에 뼈를 갈아 넣게 된다”며 작업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열정을 보였다.

더불어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작업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국 영화계 전체의 성장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그는 독립영화관을 후원하고 크고 작은 영화제에 힘을 실어주며 후배 영화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혼자 잘해서 될 수 있는 성취에 비해서 집단으로 했을 때 더 큰 성취라고 깨달았다”고 말하며, “후배들이 많이 나와야 저도 한 번이라도 더 언급될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이러한 ‘이기심’은 선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박찬욱을 ‘나무가 아닌 숲’으로 성장시켰고, 그는 현재 한국 영화의 미래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축이 되어가고 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life@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