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미경, 장소연, 이엘, 임수향, 네 명의 다작 배우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각자의 연기 인생과 진솔한 고민을 풀어놓으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미경의 드라마 속 수많은 자식 이야기, 장소연의 ‘관찰 광인’다운 사투리 연구법, 이엘의 방황 끝에 찾아온 연기라는 운명, 임수향의 솔직한 해명과 도전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했다. 특히 장소연의 사투리 시범은 최고 시청률 5.0%을 기록하며 ‘최고의 1분’을 기록했고, ‘라디오스타’는 동시간대 1위, 2049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김미경, 장소연, 이엘, 임수향이 출연한 ‘다작 이루어질지니~’ 특집으로 꾸며졌다.
먼저 김미경은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자식만 약 100명”이라며 놀라운 기록을 고백했다. 첫아들은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의 류승범이었다고 회상하며 “그 작품을 시작으로 엄마 캐릭터 섭외가 쏟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인국, 변요한, 유승호, 엄기준 등 수많은 배우의 엄마를 맡아온 경험을 떠올리며, 심지어 엄정화와는 6살 차이로 모녀 연기를 한 적도 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전도연과는 겨우 9살 차이로 엄마와 딸을 연기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미경은 유독 애정이 가는 딸이 있느냐는 질문에 장나라와 김태희를 꼽았다. 그는 “(각각) ‘고백부부’와 ‘하이바이, 마마!’에서 모녀로 만났는데 작품 속 애절한 관계가 실제로도 이어졌다”라며 “지금도 진짜 딸처럼 지낸다”고 밝혔다. 또한 박민영과는 다섯 작품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며 “민영이가 ‘이 정도면 운명이에요’라는 연락을 해왔다”라고 소개해 훈훈함을 더했다.
김미경은 어머니의 부고 당시 부고를 따로 알리지 않았음에도, 기사로 소식을 접한 수많은 ‘드라마 딸들’이 장례식장을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느낀 감정은 말로 다 못한다”라며 작품을 넘어선 깊은 인연을 강조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날 방송의 ‘최고의 1분’을 차지한 주인공은 장소연이었다. 그는 “배우에게 사투리는 단어가 아니라 리듬”이라며 자신만의 연구법을 풀어냈다. 북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억양을 분석하고, 조중사전을 참고해 발음을 교차 확인했으며, 생활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실제 대화의 억양을 채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촬영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손예진과의 첫 촬영에서 술에 취해 서로 몸을 맡기는 장면을 찍었는데, “첫 만남임에도 손예진 씨가 저를 믿고 몸을 맡겨줬다. 그 순간 바로 친구처럼 가까워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꿈에서 손예진과 정해인 씨가 함께 나오더라. 내가 미쳤구나 싶었다”라며 당시 몰입을 웃으며 회상했다.
예능 ‘오래된 만남 추구 시즌3’에 출연한 경험도 전했다. 그는 “커플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좋은 친구들을 얻었다”라며 소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소연은 또한 안판석 감독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하얀 거탑’,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여러 작품에서 감독님의 전화를 받고 출연했다. 감독님 덕분에 제 배우 인생이 이어져 왔다”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영화 ‘곡성’에서는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을 언급하며 “감독님의 디테일 집착이 제 성격과 잘 맞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영화 ‘도가니’에서 수화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 한 노력도 밝혔다. 그는 “수화는 단순히 손동작이 아니라 호흡과 감정이 함께 움직이는 언어였다. 실제 뉴스에서 수화 통역사를 하시는 선생님께 배웠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이엘은 또한 “예전엔 ‘너 거기도 나왔어?’라는 말이 속상했지만, 지금은 배우로서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한다”라며 변신형 배우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 ‘내부자들’의 마담, ‘황해’의 내연녀, 드라마 ‘하이힐’·’괜찮아! 사랑이야’의 트랜스젠더 캐릭터까지 장르와 성별을 넘나드는 도전을 통해 ‘카멜레온 배우’라는 수식어를 입증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삼신할매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5시간 동안 특수 분장을 감수한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얼굴부터 손, 입술까지 모두 라텍스로 덮는 고난도의 분장이었으며, “분장을 하면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는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배우가 되기 전 방황했던 시절도 고백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아버지가 껍데기 집에서 술잔을 따라주며 ‘네 인생은 네가 책임져라’고 했다. 그날 밤 ‘연기학원’이란 단어가 떠올라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라며 연기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계기를 전했다. “그때 이후 무명 시절도 견딜 수 있었다”며 진심 어린 고백은 출연진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는 27세로 데뷔하기 전까지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율무차’로 허기진 배를 채운 경험을 공유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10년 만에 ‘라디오스타’를 찾은 임수향은 “해명하러 왔다”라며 등장부터 웃음을 안겼다. 과거 강민경이 언급한 ‘술 잘 마시는 배우’라는 발언 때문에 주당 이미지가 퍼졌다는 것. 그는 “덕분에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었다”라고 고충을 전하면서도 “이제는 ‘동안 수향’으로 불러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수향은 첫 주연작 ‘신기생뎐’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는데, 오디션 전 임성한 작가의 여성 캐릭터를 분석해 단아한 태도로 임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그때는 여고생 역할과 동시에 주인공 오디션을 보고 있었는데, 시청자들이 같은 인물인 줄 모를 정도였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작 ‘미녀와 순정남’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분장 없이 얼굴 변화를 연기로 설득해야 했던 점, 촬영 중 목격담이 온라인에 올라와 오해를 산 일화 등을 전하며 “감독님과 작가님이 믿어줘서 버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슬픈 눈빛’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예능에 도전했다”며 앞으로는 더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임수향은 이날 방송에서도 밝은 매력으로 댄스 무대를 선보이며 스튜디오를 장악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10월 1일 방송에는 봉태규, 옥자연, 송은이, 박소라, 황선혜가 출연하는 ‘금쪽같은 은이 새끼들’ 특집이 준비됐다. ‘라디오스타’는 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효주 기자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