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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노동생산성, OECD 22위… “근로시간 단축·실적 향상 동시에 이뤄야”

이현승 기자
2025-09-22 15: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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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사거리 출근길 시민들(사진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타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오늘(22일) 박정수 서강대 교수와 발표한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GDP)은 6만5천달러로,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머물렀다.

이는 주 4일제를 도입한 벨기에(12.5만 달러)·아이슬란드(14.4만 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주 4일제를 시범 운영 중인 프랑스(9.9만 달러)·독일(9.9만 달러)·영국(10.1만 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SGI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 향상과 여가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연간 생산 실적이 떨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SGI는 "2000~2017년에는 임금과 노동생산성이 거의 같은 속도로 증가해 균형을 유지했으나, 2018년 이후에는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앞서면서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2000~2017년 연간 임금(명목)과 노동생산성(명목)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3.2%로 비슷했으나, 2018~2023년에는 연간 임금이 연평균 4.0% 오른 데 비해 노동생산성은 1.7% 상승에 그쳤다.

박정수 교수는 "최근 국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력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둔화했지만, 임금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초과수당 증가, 통상임금 판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결과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인건비 상승이 노동생산성을 상회할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2018~2022년 기업의 총자산수익률(ROA)을 2011~2017년과 비교한 결과 노동집약적 기업은 1.8%포인트 하락해 1.1% 하락한 자본집약적 기업보다 하락 폭이 컸다.

같은 시기 중소·중견기업의 ROA는 1.5%포인트 낮아져 0.4%포인트 하락한 대기업보다 감소세가 훨씬 컸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자본과 기술 투자를 통해 일정 부분 생산성 보완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임금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고 연구개발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며 "경기 둔화, 인건비 상승, 생산성 개선의 한계가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일과 삶의 균형을 높인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 대비 낮고 향상 속도마저 정체된 현실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의 탄력적 적용,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 재조정,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등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및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합리적 개선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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