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송이 신드롬’으로 중국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배우 전지현이 뜻밖의 위기에 처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에서의 한 줄 대사가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그동안 쌓아온 현지 인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즉각 “중국의 이미지를 왜곡했다”,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한 네티즌은 “중국은 전쟁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화를 추구한다”고 반박했고, 다른 이는 “만약 중국이 정말 전쟁을 좋아한다면, 당신은 여기서 드라마를 찍을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논란은 단순히 한 줄의 대사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드라마의 여러 장면들을 문제 삼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촬영 장소 문제였다. 드라마에서 중국 동북부 도시 다롄을 배경으로 설정한 장면이 실제로는 홍콩의 낡은 판자촌에서 촬영됐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다롄이라고 할 거면 다롄에서 찍었어야 한다”, “다롄을 끔찍하게 만들었다. 나는 가본 적 없지만 관광 도시로 알고 있었다”며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중국 도시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중국을 상징하는 별 다섯 개 문양 카펫이 밟히는 장면, 악역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설정, 전지현이 중국 고대 시인 이백(李白)의 시구를 읊으며 발음을 고의로 왜곡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더 나아가 “한한령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갈등 이후 완화되어온 한류 제한 조치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전지현의 특별한 위상 때문이다. 그는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천송이 신드롬’을 일으킨 대표적인 한류스타다. 당시 전지현의 패션과 메이크업을 따라하는 중국 여성들이 속출했고, 드라마 속 치킨과 맥주 조합이 중국 전역에서 유행할 정도였다.
그만큼 중국 팬덤의 충성심이 두터웠던 전지현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한 네티즌은 “그 대사를 하면서 아무 문제도 못 느꼈나. 중국 시장에서 경력을 망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고, 또 다른 이는 “이게 중국을 모욕하는 게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서는 디즈니플러스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서비스가 정식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회 채널을 통한 불법 시청이 일반화되어 있어 ‘오징어게임’, ‘무빙’, ‘폭싹 속았수다’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북극성’은 올해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전지현과 강동원의 케미스트리와 탄탄한 연기 앙상블이 글로벌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만큼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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