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0일 오후 9시 31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충격적인 총기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60대 아버지 A씨(62)가 자신의 생일잔치 중 사제 총기로 30대 아들 B씨(33)를 살해한 사건으로, 가족 간의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건은 피해자 B씨가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B씨의 아내와 9살, 5살 자녀 2명, 그리고 지인이 함께 있었다. A씨는 “편의점에 잠시 다녀온다”며 외출한 뒤 사제 총기가 든 가방을 들고 돌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파이프 형태의 사제 총기를 이용해 쇠구슬이 들어있는 산탄 2발을 아들 B씨에게 격발했으며, 1발은 빗나갔지만 나머지 탄환이 B씨의 우측 가슴 부위와 좌측 복부에 명중해 장기를 손상시켰다.
가해자 A씨는 62세의 무직 남성으로, 과거 총기 관련 직업 경험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서울 도봉구 쌍문동 70평대 아파트에 단독으로 거주하고 있으나, 이 아파트는 전처 명의로 되어 있다. A씨는 1999년 성폭력범죄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으며, 2000년 유명 에스테틱 회사 대표인 아내와 이혼했다.
이혼 후에도 전처 명의의 아파트에서 계속 거주해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에서 총기 제작법을 배웠고, 탄환은 20년 전에 구매해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며, 그의 차량에서는 사제 총기 9정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A씨가 범행 전 자신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점이다.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4-15통과 타이머 점화장치로 구성된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이 장치들은 사건 다음날인 7월 21일 정오에 폭발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경찰은 주민 105명을 긴급 대피시키고 특공대를 투입해 폭발물을 안전하게 제거했다.
A씨는 범행 직후 렌터카를 이용해 서울로 도주했으나, 신고 접수 약 3시간 만인 7월 21일 오전 0시 20분경 서울 강남 일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를 적용했다. 7월 22일 유아람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주거지 폭발 시도 등을 고려하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출석하기 싫다”며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이를 ‘스파우즐 리벤지 필리사이드(배우자 복수 자녀살해)’ 개념으로 분석하며, “전 부인이 가장 아끼는 아들을 상실한 고통을 주기 위한 의도적 복수”라고 해석했다. 특히 B씨는 사건 다음날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며, 전처인 에스테틱 회사 대표 C씨도 당시 미국 출장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범행 타이밍의 계획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유족 측은 “이혼으로 인한 가정불화”라는 추측성 보도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박했다. 또한 “A씨에게는 참작될 만한 그 어떤 범행 동기도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유족 측은 “어린 자녀들이 잔혹한 범행을 직접 목격한 상황에서 가해자의 신상공개는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신상공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피해자의 아내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아빠이자 훌륭하고 자상한 남편이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추측성 정보들이 확산되고 있어 경찰이 주의를 당부했다. 가해자가 귀화한 중국인이라거나, 피해자가 의붓아들이라는 주장, 과거 새총 사건과의 연관성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