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서는 1998년 대구의 한 작은 비디오 가게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 사건을 조명한다. 2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장미 비디오 살인 사건'의 진실을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가 추적했다. 대낮에 벌어진 이 비극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민형 씨가 침묵을 깨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던 세 명의 목격자, 그리고 물적 증거 하나 없이 자백만으로 내려진 사형 선고.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며, 27년간 무엇이 감춰져 왔던 것일까.

3명의 목격자는 누구를 보았나? 27년 봉인된 '장미 비디오 살인사건', 무기수의 옥중 고백으로 진실의 문을 열다.
평화로운 주말을 앗아간 비극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피해자의 여섯 살 아들이었다. 아이는 울면서 인근 가게로 달려가 "강도가 우리 엄마를 찔렀다"고 외쳤다. 당시 충격적인 상황을 기억하는 한 이웃 주민은 비극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사건 발생 불과 보름 전, 인근 중구에서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터라, 대구 시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조용했던 동네는 순식간에 끔찍한 공포에 휩싸였고, 또 다른 강력 범죄의 발생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지만, 현장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범인의 지문이나 DNA는 물론, 범행에 사용된 흉기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는 시작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 유일한 목격자인 여섯 살 아이는 범인이 2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인상착의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사건은 명확한 증거 하나 없이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 보였다.

탈영병의 자백, 풀리지 않는 의문
사건 발생 3일 뒤, 경찰은 범인을 검거했다며 언론에 그의 신상을 공개했다. 범인의 정체는 앳된 얼굴의 만 20세 청년, 군에서 휴가를 나왔다가 52일째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탈영병 이민형이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틀 뒤, 사건 현장 인근에서 불심 검문을 받다가 체포되었다. 경찰은 그가 탈영 후 대구 등지에서 여러 건의 강도와 절도 행각을 벌였으며, 장미 비디오 가게의 여주인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27년 만의 번복, 12시간의 비밀
이후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그는, 27년 7개월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어느덧 48세의 중년이 된 그가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제작진에게 자신의 육성이 담긴 편지를 보내왔다. 27년 전의 자백을 모두 뒤집고, 자신은 비디오 가게 여주인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가석방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는 재심을 통해 살인 누명을 벗고 싶다고 호소했다. 27년간의 침묵을 깨고 이제 와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수사관들은 이민형을 검거하고 자백을 받아내기까지의 12시간을 '운 좋은 기적'으로 기억한다. 물증이 없어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을 그의 우연한 검거와 순순한 자백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민형의 주장은 그 '운 좋은 기적'의 시간에 의문을 던진다. 과연 이민형이 자백하기까지, 그 12시간 동안에는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었던 것일까. 3명의 목격자가 그려낸 범인의 얼굴은 정말 이민형과 일치했던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제작진은 방대한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그날의 진실을 추적하며, 자백의 신빙성과 목격자 진술의 정확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27년 전 수사가 남긴 의문점들을 하나씩 파헤치며, 봉인되었던 진실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최지윤 기자
bnt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