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nt's pick①] ‘군통령’ 설하윤, 떳떳하고 당당하게 (인터뷰)

2017-10-25 13:03:28

[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다”

세미(Semi)는 형용사나 명사를 수식하는 접두사다. ‘반(半)’ ‘어느 정도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세미 트로트는 트로트보다 옅은 색을 발하는 장르라고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장년의 음악 혹은 한(恨)의 음악으로 대한민국의 가슴을 적셨던 트로트는 2004년 등장한 가수 장윤정에 의해 모두의 음악으로 외연이 확장됐다. 20대의 가수가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트로트는 세미란 날개를 등에 달고 세를 넓혔다.

열풍은 현재까지도 지속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15년 데뷔한 가수 설하윤은 그의 롤 모델로 장윤정을 꼽았다. “장윤정 선배님이 롤 모델이다. 젊은 트로트 가수도 노래 부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그를 만났던 적이 있는지 묻자 설하윤은 “아직까지 없다”라며 몹시 아쉬워했다. 같은 트로트 가수로서 일면식이 있을 법한데 이상하다고 기자가 의문을 표하자, 설하윤은 트로트 가수는 일정 때문에 무대가 끝나면 곧바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그는 “언젠가는 뵙고 싶다”라는 말로 간절함을 드러냈다.

롤 모델을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어 애를 태우는 설하윤은 신인 트로트 가수다. 그 역시 장윤정처럼 무대에서 세미 트로트를 노래 중이다. 이력이 이채롭다. 아이돌 데뷔를 위한 12년간의 연습생 생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2 출연 그리고 ‘트로트계의 설현’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현재까지. bnt뉴스가 또 하나의 장윤정을 소원하는 설하윤을 만났다.


‘군(軍)통령’이라는 호칭이 있다. 군대에서 대통령만큼의 인기를 누리는 이에게 이제는 당연스럽게 붙는 애칭이다. 설하윤의 SNS에는 이목을 끄는 영상 한 편이 올라와있다. 6월5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의 짤막한 단락이다. 윤인구 아나운서는 설하윤을 두고 “사실 이 분이 군통령으로 불리는, 트로트계의 군통령으로 불리는. 그렇게 군인들이 좋아한다면서요?”라고 질문을 건넸다. 공영 방송사에서도 인증한 그의 군부대 공연이 궁금했다

“위문 공연을 갈 때마다 호응이 좋다. 장윤정 선배님의 ‘초혼’은 꼭 불러드린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군인 분들께서 많이 보셨더라. 그래서 그때 부른 샘 브라운의 ‘스톱(Stop)’ 역시 불러드린다. 보통의 무대 호응과 다르게 군인 분들은 호랑이 소리처럼 웅장하게 나를 응원해주신다. 기를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설하윤이 중간에 언급한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한 순간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척 결혼식에서 셀린 디온의 ‘마이 하트 윌 고우 온(My Heart Will Go On)’을 불렀던 그는 그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계속해서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은 계속 됐고 설하윤은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프로젝트도 무산되어 버리니까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설하윤의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2였다. 연습생 시절의 소속사에서는 Mnet ‘슈퍼스타K’, SBS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를 반대했기 때문에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동안의 연습 영상을 보냈고, 작가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감동을 받으셨더라. ‘네 사연을 그대로 하는 건 어떨까?’라고 하셨다. 두려웠지만, 하고 난 다음에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깼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초대 가수가 각 라운드를 거쳐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프로그램이다. 최후의 1인이 실력자일 경우 음원 발매의 기회가 주어지며, 음치에게는 상금 500만원이 지급된다. 설하윤은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2 11회에 출연했다.

방송일은 2015년 12월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 가운데 마지막을 꿈꾸며 무대에 오른 설하윤에게 2015년의 마지막은 마법을 선사했다. 김지민은 “화면발을 잘 받는다”라는 말로 설하윤을 음치로 확정했고 가수 조성모 역시 연기 지망생을 의심했지만, 그는 실력자였다. 외모, 노래, 춤을 모두 갖춘. 대중이 설하윤을 만나는 첫 순간이었다.

“태연 선배님의 ‘들리나요’를 불렀는데, 눈물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 사실 그때 호흡도 짧았고, 감정이 너무 들어갔다. 노래를 잘 못 불렀다. 실력에 비해 마이너스였다. (웃음) 그렇지만 후회 없이 했다.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이었다.”


설하윤은 연습생 시절 수십 번의 오디션을 겪은 수많은 연습생 중 하나였다. 그러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2 방송 이후 그는 회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는 유망주로 거듭났다.

“김조한 선배님도 나에게 같이 하자고 하셨고, SBS 어느 드라마 OST 제안도 받았다. 다시 걸그룹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지금 회사 대표님의 연락을 받았다. 트로트 가수를 하는 것이 어떻겠는지 여쭤보시는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가수를 희망한 어린 시절 다음으로 심장이 뛰었다며 연습생 설하윤이 트로트 가수 설하윤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바로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것이 아니란다. 설하윤은 약 1년 반 동안 공부를 거친 후에야 지난해 9월 데뷔했다. 그는 또 한 번의 연습생 시절 가수 이미자, 심수봉을 연구하고 공부할 때 재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그는 “전에는 발라드로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신나는 노래를 부르니까 당연하지만 신나고 즐겁더라. 위로가 되더라. 행복한 노래를 부르면 듣는 사람도 행복할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라고 트로트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설하윤이 생각하는 트로트의 장점은 가수로서 오래 노래 부를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수지만 관객에게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고. 그는 “트로트 가수로 데뷔해서 정말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에 기자는 “왜 트로트 가수가 됐는지 납득이 간다”라고 말을 건넸다. 어떤 대답을 바라진 않았다. 하지만 설하윤은 매우 의미심장한 대답을 전해 잠시나마 그의 진심을 의심한 기자를 부끄럽게 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돈 못 벌어서, 돈 벌려고 전향했다’라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도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떳떳하고 당당하면 된다. 어쨌든 걸그룹 연습생에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데뷔를 했다. 이 꿈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12년을 이겨냈고, 극복했다.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bnt's pick①] ‘군통령’ 설하윤, 떳떳하고 당당하게
[bnt's pick②] ‘연습생만 12년’ 설하윤, ‘더 유닛’으로 재탄생 꿈꾼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