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반 고흐를 닮고 싶은 男子, 서출구

2017-06-02 16:53:45

[임미애 기자]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영웅 한 명쯤은 있다. 태권 V나 세일러문 등 가상의 존재일 수 있고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에서 전설로 자리 잡은 아티스트일 수 있다.

서출구에게 영웅은 빈센트 반 고흐다. 방황하던 소년에게 아티스트로서 가야 할 길을 제시해줬다.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성장 과정이 그에게는 꽤 인상 깊었다.

스물여섯, 거친 파도가 매우 일렁일 나이다. 서출구는 파도에 몸을 싣고 조금 더 멀리 나아가고자 한다. 프리스타일 랩 최강자, 바른 청년. 현재 그에게 주어진 수식어는 그를 붙잡지 못한다. 서출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래퍼로서 그리고 좋은 청년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한 걸음 발을 내딛고 있다.

Q. 오늘 화보 촬영 소감.

오래간만에 찍은 화보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즐거웠다(웃음). 지금까지 무겁고 신비한 콘셉트로 촬영을 많이 해서 한 번쯤 거친 느낌으로 화보를 찍고 싶었는데 오늘 남자다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하. 터프한 느낌이 적절하게 묻어났다.

나뭇잎을 들고 찍은 사진을 보고 ‘나에게 이런 분위기도 있구나’ 생각했다.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왔더라(웃음).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에서는 소년처럼 파릇파릇한 느낌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실제 제 성격은 두 가지 스타일의 중간에 가깝다. 섬세한 면도 있지만 바른 청년처럼 무난하다. 간혹 저를 보고 성격이 무거울 것 같다고 하는데 저는 유쾌한 걸 좋아한다. 게임도 좋고 여행도 좋다 하하.

Q. 학창시절 매우 영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죠. 만 16세에 미국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는데, 전공은 무엇인가요?

자유 전공으로 입학했다. 일학년 때는 교양 위주로 수업을 듣고 2학년 때부터 전공 수업을 듣기 때문에 자유전공으로 입학 후 다양한 분야를 접했다.

Q.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없었나.

없었다. 그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무엇을 하든 좋은 가장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훗날 가정을 꾸렸을 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수입이 좋은 직업을 택하고 싶었다.

Q. 만 16세 소년의 꿈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현실적이고 심오하네요.

부모님 없이 친형과 단둘이 만 13살에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부모님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곳에서 외국인 가족을 만나 함께 지냈지만 여전히 외로웠다. 서러운 일도 많았고.

Q. 가장 서러웠던 순간은?

수도 없이 많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저는 학교에서 인기 많은 학생이었지만 외톨이였다. 사람들이 저에게 접근을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에 선물은 정말 많이 받지만 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힘들고 외로웠다. 부모님께 전화해서 펑펑 운 적도 있다(웃음).

교장선생님과 상담도 했다. “친구가 없다”는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눈물이 펑펑 흘렀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는데 “I don’t have friends” 이 말이 너무 서럽더라. 한 시간 넘게 울었다. 교장선생님은 아무 말없이 휴지를 건네줬다.

어느 날은 도시락을 못 챙겨서 컵라면을 사 먹어야 했는데 주머니에 돈은 없고, 돈을 빌릴 친구도 없어서 굶었다. 허기가 지니 더 서럽더라. 그날 학교를 조퇴하고 집에 가서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었다.

Q. 고등 학창시절의 서러움이 대학교 조기 입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인가요?

그건 아니다. 고등학교가 사립이었기 때문에 돈이 꽤 필요했는데 그때 미국에 경제 위기가 터졌다. 리먼 브라더스 회사가 망했고 환율은 1600원까지 올랐다. 고등학교 학비와 홈스테이에 들어가는 돈이 부담스러워졌다. 마침 미국 ACT 시험을 쳤는데 점수가 괜찮아서 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하고 대학교에 갔다. ‘학비를 일 년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으로(웃음).

Q. 대학교는 현재 휴학 상태인가요?

1년 다니고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 신청을 했는데 대학교에서 신청서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장학금도 다 받지 못하고 입대했고 학교는 중퇴로 처리되어 있을 것이다.

Q. 1년간 대학교를 다니면서 전공으로 삼고 싶은 분야가 생겼는지.

국제 변리사가 되고 싶었다 하하. 제가 수학과 영어를 잘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직업으로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국제 변리사에 관심이 생겼다. 돈도 많이 벌 수 있고(웃음).


Q. 공부를 중도 포기해서 아쉽지 않은가.

아쉬움보다는 공부를 그만뒀다는 사실이 그림자처럼 쫓아다녀서 힘들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도, 소득도 없던 무명 시절에 주변에서는 “그러게 왜 잘하던 공부를 그만뒀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공부는 나를 괴롭히는 그림자 같았다. ‘다시 유학을 가야 하나’ 생각도 들고(웃음).

Q. 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솔직히 처음에는 제대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랩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글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에서도 글쓰기 수업을 오랫동안 들었고 수필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취미처럼 가사를 썼다.

미국에서 지낼 때는 힙합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우연히 재즈힙합을 접했고 서정적인 가사에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우연히 랩을 시작했고 배틀 랩 모집 공고를 보고 무심코 지원했다. 그렇게 무심코 랩을 시작했다.

Q. 랩 가사는 서정적인 가사보다 다소 거친 단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서정적인 글을 좋아하는데 거친 랩을 하고 있다 하하. 극과 극이지만 랩은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배틀 랩을 하고 나면 마음이 황폐해진다. 저는 누군가를 싫어하는 성격이 아닌데 배틀 랩을 할 때는 상대방을 증오해야 한다. 생전 처음 만난 그 사람을(웃음). 첫 만남에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내려고 집중을 하고 나면 마음이 참 삭막해진다 하하. 제 온 기운을 쏟아낸 느낌이다.

물론 배틀 스타일은 다양하다. 유쾌하게 놀리 듯 랩을 할 수 있고 칭찬하듯 비꼬면서 배틀을 할 수 있지만 저는 거칠었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잘하는 걸 어떡하죠? 하하하.

Q. 언제부터 배틀 랩에 출중한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나요?

처음에는 배틀도 못하고 프리스타일 랩도 못해서 무시를 많이 받았다. 혼자 연습을 죽도록 했다. 래퍼의 영상을 보는 건 기본이고 손자병법 같은 책도 읽으면서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하하.

2012년에 ‘프리스타일데이’ 랩 배틀에서 우승했고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 배틀 랩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저는 이기려는 생각보다 절대 지면 안된다는 생각만 한다. 그래서 더 독하게 랩을 할 수 있었다.

Q. 돈 버는 것이 목표였던 청년이, 소득이 전혀 없던 무명 생활을 버티면서까지 랩을 고집한 이유가 궁금해요.

변리사는 이미지도 멋지고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직업이었다. 돈은 삶이 힘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물론 그 적당히가 많은 돈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명 시절에는 하루에 3~4번씩 랩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을 계속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다 하하. 아마도 쓸데없는 고집과 자존심 때문이지 않았을까. 내가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랩을 하고 있는데 사소한 성과라도 얻지 못하면 주변에서 저를 무시했던 말을 증명하는 게 되어버리니까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 “한때 음악을 했는데, 한때 랩을 했는데”라는 말을 먼 훗날 하고 싶지 않았다.

Q. 자존심이 매우 강한 편인가 봐요.

자존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매우 세다. 조용히 강한 타입(웃음). 다른 사람이 저에게 지적을 하거나 안 좋은 말을 하면 발끈하지 않는다. 앞에서는 ‘그럴 수 있지, 내가 그렇게 보일 수 있지’ 생각하며 넘어간 다음 뒤에서 자신을 채찍질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실력으로 증명하기 위해 독하게 연습한다.

Q.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성격 때문에 피곤한 점도 많겠어요.

Mnet ‘쇼미더머니4’에 출연했을 때 힘들었다. 지금은 프로그램 자체가 힙합 내에 자리를 굳건히 잡고 방향성도 굉장히 좋게 평가되고 있지만 처음에는 래퍼들 사이에서 ‘쇼미더머니’ 이미지는 진정한 힙합이 아니었다. 변질됐다고 여겼다.

그래서 ‘쇼미더머니4’에 출연했을 때 혼자만의 생각이 많았다. 생각을 랩으로 보여주고 랩으로 풀어나가야 했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완벽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Q. 서출구를 겨냥한 디스 랩에 상처받은 적 있는지.

디스 랩이 끝나면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던 다 잊는 편. 그런데 랩을 하는 도중에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 공격이 들어오면 순간 당황하게 된다. 제 음악적인 커리어에 대해 공격을 받으면 반박하기 어렵더라.

Q. 프리스타일 랩 최강자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예전에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프리스타일에 있어서는 그런 타이틀을 당당히 들을 수 있을 만큼 성과를 보여준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 않다(웃음). ‘프리스타일 랩 최강자’ 타이틀은 지금까지 제가 랩을 하면서 이뤄낸 결과물이다. 현재 실력이 퇴보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하하.

며칠 전에 홍대를 지나가는데 래퍼들이 모여서 프리스타일 랩을 하고 있는 장면을 우연히 보고 저도 참여했다(웃음). 물론 언젠가는 최강자 타이틀을 다른 래퍼에게 넘겨줘야 한다. 랩 배틀을 통해 정말 잘하는 동생에게 패한 후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넘기고 싶다 하하. 저도 음악가로서 프리스타일 외 음악적인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Q. 대중에게 인지도 쌓인 만큼, 길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하면 호응이 남다르겠어요.

다른 래퍼들이 프리스타일 랩을 할 때는 서로 랩이 하고 싶으니까 틈이 보이면 끼어들어서 자연스럽게 순서가 넘어가는데 제가 랩을 하면 아무도 끼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5~6분 정도 하면서 프리스타일 랩 실력이 뒤처지지 않았는지 확인 후 제가 직접 다른 분에게 넘긴다 하하.

Q. 서출구 씨의 또 다른 수식어는 ‘바른 청년’이에요. 바른 청년 서출구에게도 남다른 방황 시기가 있었다고.

굉장히 심하게 방황을 했다. 현재 삶과 비교하면 극과 극이다. 18살부터 21살까지 꽤 오랫동안 마음을 잡지 못했다.

Q. 방황 시절 느낀 감정과 경험들이 현재 랩을 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가사를 쓸 때 도움 된다. 직접 겪어본 만큼 다양한 감정선과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공감시킬 수 있고 가슴에 톡톡 와닿는 단어도 사용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그 시절 느낀 감정은 큰 도움이 된다.

유학 시절, 가장 서러웠던 순간은 내가 괜찮은 척하면 정말 괜찮은 줄 알 때다. 제 속마음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다. 방황하며 여러 가지 상황을 겪은 후 주변에서 괜찮은 척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더 다가갈 수 있었다.


Q. 방황 시절 했던 행동 중 가장 후회하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어머니랑 말다툼을 하던 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찍었다. 피가 흘렀다. 그날 이후 아무리 힘들어도 나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옳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육체적으로 아프니까 결국은 나만 더 힘들어진다는 걸 느꼈다.

Q. 방황 시절을 끝내고 착실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생각이 많았다. 그 당시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좋은 심리상담사의 자질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무조건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답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상담은 아니었다.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는 상담사가 가장 좋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저는 상담사 도움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방황의 끝을 찾아 나섰다. 내가 왜 힘들고 괴로운지, 방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혼자 방구석에 앉아서 생각하며 우울증도 살짝 겪었지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자존심이 저를 잡아줬다. 겉모습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기에 내면까지 망가지고 싶지 않았다.

Q. Mnet ‘고등래퍼’에서 완벽 케미를 보여준 양홍원 래퍼와 ‘쇼미더머니4’에서부터 인연이 이어졌던데.

‘쇼미더머니4’ 이후에도 틈틈이 연락하며 지냈는데 ‘고등래퍼’에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웠다. 양홍원 출연 소식을 듣고 정말 잘 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같은 팀으로 곡 작업을 했는데 인연이 이어져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웃음).

Q. 오디션에 출전해본 만큼 참가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쉬웠죠?

참가자들의 심정을 매우 잘 알겠더라. 참가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상황이 변해도 행실은 크게 달라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을 타기 시작하고 얼굴이 알려지면 지금까지 받지 못했던 관심을 받게 되는데 이때 더 멋진 미래를 그릴지,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이 될지 나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지도가 생겼을 때 SNS에 쓸데없는 글을 업로드하면서 관심 끄는 행동은 삼갈 것. 사람들이 본인을 무시하면 SNS가 아닌 랩으로, 실력으로 증명하면 된다. 그리고 무대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내 경험을 빗대어 어떻게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면 좋을지 등등 이야기를 나눴다.

Q. 심사위원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부담스럽지 않았나.

매우 부담스러웠다. 음악 경력이 다른 심사위원보다 짧기 때문에 내가 심사위원 자리에 함께 있어도 되는지 고민했다. 제작진이 저를 섭외한 이유는 많은 학생 래퍼들이 프리스타일 랩을 하고 있고, 제가 그 분야에 있어서 아이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쇼미더머니’를 통해 음악성도 보여준 것 같다고 하더라.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

Q. 랩을 평가할 때 가장 주의 깊게 본 심사 기준은 무엇인가.

기리보이와 함께 심사를 했는데, 기리보이는 음악적인 면을 주로 보고 저는 전반적인 랩을 평가했다. 둘이 공통적으로 본 기준은 느낌이다. 사실 요즘 랩은 거의 다 잘한다. 박자도 잘 타고(웃음). 이제 랩을 잘한다는 것은 소용없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목소리 톤, 발음을 들으면 본인이 하고자 하는 걸 이해하고 있는지,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느낌적인 부분을 주의 깊게 봤다.

Q. 현재 래퍼 중 느낌을 가장 잘 살린 가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씨잼과 빈지노. 유명 래퍼들은 인기 있는 이유가 있다. 씨잼과 빈지노는 각자 가지고 있는 느낌이 매우 다르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과 그루브를 잘 이해하고 이끌어가고 있다.

Q. 서출구 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하. 사실 올해 초에 노래 2곡을 공개했다. 작년에 앨범을 준비했는데 진행이 무산돼서 수록하려고 했던 곡 중 2곡을 공개했다. 세고 무거운 스타일의 노래였는데 제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아서 도중에 손을 놓아버렸다.

가사에 돈 얘기도 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 이야기도 적고, 누군가 나를 공격했을 때 이야기도 쓰면서 거친 느낌을 살렸는데 실제 제 성격은 게임과 만화를 좋아하는 집돌이다. 술도 안 좋아한다. 삶과 노래가 너무 다르면 멋이 없는 것 같아서 앨범 준비를 중간에 멈췄다.

현재 새로 준비하고 있는 곡은 인간적이고 소탈하고 유쾌한 스타일이다. 스토리텔링 위주의 가사도 있고. 돈, 스웨그 등 힙합에서 흔히 표현하는 멋진 노래는 없다. 이런 점이 제 랩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인생에 있어 롤모델이 있다면?

빈센트 반 고흐가 롤모델이다. 책을 읽고 반 고흐가 진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타고난 재능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있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인정받지 못해도 계속 자기 스타일을 찾아 나서며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반 고흐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습작을 하루에 몇 장씩 그리면서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 부분이 너무 슬퍼서 책을 읽다가 울었다. 너무 위대한 사람이다. 아무리 자존심이 상하고 힘들어도 끊임없이 자기의 스타일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멋지다. 또한 반 고흐는 스스로의 작품을 저평가하지 않는다. 그 점이 가장 존경스럽다.

Q. 자신의 작품을 저평가 하지 않는 반 고흐처럼 서출구 씨도 무명 시절 본인의 음악을 좋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니요 하하. 제 노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웃음). 지금까지 제대로 앨범을 발매하지 못한 이유도 제 음악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과하다고 생각할 만큼 여러 방면을 보완하려고 했다. 이제는 준비가 됐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제 곡에 애정도 주고 하하.

5년 전에 쓴 가사가 있다. 같이 작업하고 있는 프로듀서 분이 그 가사를 듣고 너무 좋다고 비트를 만들더라. 비트와 함께 가사를 들어보니 노래가 꽤 괜찮았다. 이 일이 있은 후 내 가사와 음악이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Q. 서출구 음악에서 제일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처음에는 랩 자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박자, 리듬감 등이 불안정했고 악착같이 연습했다. 프리스타일을 하면서 랩을 정말 잘하게 됐다. 지금은 랩을 과하게 잘한다. 너무 랩을 잘해서 “비트를 죽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비트를 죽인다는 표현은 프리스타일에서는 칭찬이지만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단점이다. 비트와 어우러져야 하는데 랩만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이해하고 비트를 느끼면서 랩에 힘을 빼야 할 때는 힘을 빼는 연습을 했다. 이 점을 숙지하는데 오래 걸렸다.

Q. 준비 중인 앨범은 언제 공개 예정인가요?

선공개 곡은 여름 시즌에 공개할 생각이다. 늦어도 가을에는 앨범을 발매할 것.

Q.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가 있는지.

볼빨간사춘기,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제가 인디 음악을 좋아한다. 서정적인 가사도 좋다. 힙합에서 표현하지 힘든 부분이 인디 음악에서 잘 표현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 조금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음악적으로 재밌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제가 준비하고 있는 곡들은 힙합 범주 안에 있지만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강한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강한 느낌을 가진 가수들과 함께 하면 저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더라. 그리고 저명한 힙합 가수와 함께 작업하면 ‘저의 기량을 뽐내야 하는 시험’을 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Q. 앞으로 활동 계획.

제일 중요한 건 앨범이다. 6년 동안 준비하고 있다. 이후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싶다. 강연이라는 표현은 거창하지만 사람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가지고 싶고 사업도 해보고 싶다 하하. 제가 잘 할 수 있는 대화 주제는 자기개발, 연애다.

조만간 브라운관을 통해서 찾아뵐 예정이다. 온스타일에서 새로 생기는 프로그램이다. 다방면에 종사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정치 이야기가 없는 JTBC ‘썰전’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악 관련 프로그램은 아니다.

Q. 연애에 자신 있나 봐요?

하하 연애 잘하는 것 같다.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는 편이다. 조금 보수적인 면은 있지만 그 선을 여자분이 그 부분만 지켜준다면 다른 부분들은 많이 맞춰주는 타입이다. 상대방이 저를 통해 힘을 얻는다고 느낄 때 저도 힘이 난다. 여자에게 기대는 타입은 아니다.

Q.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MBC ‘무한도전’. 제가 유일하게 보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다. ‘쇼미더머니5’에 정준하씨가 출연했을 때 ‘정준하님, 어디까지 올라갈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하면서 3초 등장한 적 있다. 그때보다 조금 길게 출연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하하.

기획 진행: 임미애
포토: 리다매박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조형근
의상: 스타일난다 KKXX, 오디너리피플, 로켓런치, 행텐, 마하그리드
슈즈: 팀버랜드, 스프링코트
선글라스: 룩옵티컬
시계: 잉거솔
주얼리: 부클리어
헤어: 꼼나나 박정은 원장
메이크업: 꼼나나 문혜은 부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