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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시드 드림’ 김준성 감독, “희망적인 영화 만들고파”

2017-02-24 17:58:16

[이후림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젊은 영화감독 입에서 희망이라니.

자극적이고 센 영화가 범람하는 요즈음, ‘희망’을 이야기하는 젊은 영화감독을 2월21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다소 진부해 보일법한, 동시에 생소한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김준성 감독은 중앙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단편영화 연출과 상업영화 연출부를 거쳐 첫 상업 장편 영화 ‘루시드 드림’으로 올해 입봉했다. 84년생의 젊은 나이에 배우 고수, 설경구, 강혜정 등 좋은 동료들과 함께 영화판에 일찍, 그리고 성공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 셈.

그는 “운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치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무엇보다 주어진 상황 내에서 성실했던, 그렇기에 후회가 없어 보이는 그를 보면서 함께한 경력 많은 배우들이 이제 갓 입봉한 신인감독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기 때문.

Q. 첫 장편 상업, 요즘 바빠 정신이 없겠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어제 시사회 뒤풀이를 했다. 촬영 후 2년이나 지나서야 어렵게 개봉을 하다 보니까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다. 집이 부산인데 부모님, 친구들이 와서 축하해줘 힘이 났다. 특히 부모님은 많이 우셨다. 뭉클하고 기분이 참 좋았고, 감회도 새로웠다. 항상 영화감독을 꿈꿔왔는데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도 되고 설렌다.”

Q.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다.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 새로운 지점이기도 하고, 원래 재미있어하고 호기심을 가졌던 소재여서 썼던 것 같다. 자각몽을 소재로 대중들과 어떻게 호흡할 수 있을까, 어떤 영화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Q. 언제부터 자각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

“어렸을 때 꿈을 꾸면서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게 뭐지? 내가 왜 깨어있지?’와 같은 생각. 이걸 소재로 영화화 시키면 참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꿈을 자주 꾸나보다.

“신기한 게 영화 준비할 때 루시드 드림을 많이 꿨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인 것 같긴 하다. 이건 해석의 차이일 수 있는데, 예지몽도 꿨었다. 꿈을 꾼 다음에 좋은 일,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거다. 정말 신기하다.”

“루시드 드림을 꾸게 되면 내가 꿈속에서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기분이 좋고 신기하다. 루시드 드림을 하면 나는 항상 하늘을 날아본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실제로 신체에 반응도 일어난다.”

Q. 루시드 드림을 공부하면서 배우들, 스태프들을 위한 책까지 만들었다고 들었다.

“신인감독인데 정말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이렇게 좋은 배우와 동료들에게 내가 어떻게 작업해야 믿음을 줄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연출부 친구들이랑 책을 만든 거다. 꿈의 개념, 개요, 사례 등을 묶어서 책을 만들었다.”


Q. 배우들과는 어떻게 호흡했나.


“내가 나이가 어리고 신인이다 보니까 배우들이랑 작업하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드러내서 받았다. 책을 만든 것도 비슷한 지점이다. ‘감독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게끔 최선을 다했다.”

Q. 많이 떨리기도 했겠다.

“당연히 떨렸다. 안 떨려고 노력을 했는데 안 떨 수가 있나. 제일 떨렸던 순간이 (설)경구 형과 미팅할 때였다. 나쁜 형아들한테 배운 것처럼 일부러 막 카리스마 있게 행동하려고 옷도 나이 들게 입고 가고, 사실 난 눈도 좋은데 안경도 끼고 갔다(웃음).”

“근데 (설)경구 형을 만났는데 내가 손을 떨고 있더라. 손을 너무 떨어서 커피도 못 들고 고개 숙여 놓고 마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워낙 편하게 해주신 덕분에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여담인데 이전에 강우석 감독님의 연출부로 들어가 일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때 연출자의 태도에 대해 감독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 나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다.”

Q. 영화 속 권선징악의 요소가 과장되게 표현됐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


“우리 영화는 드라마 포인트가 부성애에 있다. 이 드라마를 납득시킬 수 있는 안티가 필요했다. 악인이 된 시작점에는 잘못된 관념의 부성애가 있지만,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목적을 만들어야 더 강력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야 주인공의 감정이 더 절박해지기도 하고. 마지막에 부성애에 충돌이 오면서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나 하이라이트가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Q. 특별히 중점을 두고 연출한 부분이 있나.

“루시드 드림이란 소재를 대중들에게 쉽고 친절하게, 새롭게 전달하려하니 아이디어들을 많이 고민했어야 했다. 첫 번째는 자잘한 아이디어들이 서사에 잘 녹아들게 하는 것에 대한 목표, 두 번째는 대호(고수)의 감정을 끝까지 유지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다소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아 줄 수 있는 지점이 부성애라고 생각했다.”

Q. 그러고 보니 미혼인데 부성애가 주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부성애라는 감정 자체가 기본적, 보편적으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부성애는 어떻게 됐든 누구나 응원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지 않나. 다른 것들은 이유가 있어야하지만 아이를 찾는 것에 있어선 응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Q. 중앙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김용화, 강제규, 윤종빈, 홍상수 등 훌륭한 선배들이 많다.


“강우석 감독님 영화 연출부를 할 때, 감독님이 나를 보자마자 ‘야, 너 강제규 닮았다~’고 말씀하셨다(웃음). 살이 좀 쪘을 때였다. 그리고 대학시절 김용화 감독님 수업을 6개월간 들었는데 내가 그 때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학업에 대한 파이팅이 넘쳤는지 반장을 했다. 수업 준비를 해야 하니까 같이 밥도 먹고 그랬다. 이후 시사회 때 만나면 날 알아보시더라. 근데 아는 동생이 영화 ‘신과 함께’ 스크립터인데, 그 친구가 ‘감독님, 김준성 감독 아세요?’라고 물으니까 모른다고 하셨다더라(웃음). 아마 얼굴만 아시는 거겠지.”

“윤종빈 감독님은 중,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선배다. 그래서 중앙대에 입학할 때부터 애착 있게 봐주셨다. 몰랐는데 이야기 하다 보니까 다들 인연이 있네. 재밌다.”

Q. 좋아하는 장르가 SF인가.


“좋아는 하는데, 꼭 영화 ‘스타워즈’ 그런 정도는 아니고(웃음),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장르 빼고는 새로운 소재와 장르는 항상 해보고 싶다. 공포영화만 빼고 센 영화도 좋고 다 좋다(웃음).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Q. 그래서 믿음과도 결부돼 있나 보다.

“우리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속 인물들이 하늘도 날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유가 꿈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믿음이 없으니까 못하지 않나. 믿음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실제로 루시드 드림은 티벳 승려들이 깨달음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처음으로 배우는 거다. 예수님도 바다 위를 걷지 않았나. 바다를 걸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Q. 영화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다. 신기했던 게 연기하는 친구들 말 들어보면 스크린에서 봤던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꿈을 키워갔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보다 이걸 만든 사람이 더 궁금했다. 만든 사람이 누굴까, 막연히 동경하면서 영화를 많이 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좋아하게 됐고, 호기심이 생겼고, 장난삼아 찍어보고, 영화를 만들고, 여기까지 왔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그냥 찍었다. 고등학교 1학년 정도 때는 내가 찍은 영화를 보고 나 스스로 ‘천재 아니야’ ‘어떡하지’ ‘대단하다’고 그랬다(웃음). 근데 그러면서 사회의 높은 벽을 알게 되고, 공부하게 되고, 자괴감에 빠지고, 나중엔 ‘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웃음)”

Q. 그 이유가 뭘까.

“내가 영화를 하고 싶은 이유는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대중들과 호흡하고,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영화를 보면서 감동도 받고, 굉장한 마음의 치유도 얻고, 힘을 얻고,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지 않나. 사명감 같은 거? 잘할 수 있는 게 이거라면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주고 싶다.”

“희망적인 메시지, 그게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그의 답이 다소 진부하거나 뻔한 대답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인터뷰가 모두 끝난 후에 비로소 분명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희망이 진심이라는 것.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희망에 대한 열망은 그저 가볍게 흘러가는 치기어린 다짐은 아니었다. 그가 본래 가지고 있던 인생관과 가치관이 결부된 진심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준성 감독이 말하는 이렇게나 멋진 희망이 영화 ‘루시드 드림’에도,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작품들에도 잘 녹아나기를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한편 김준성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영화 ‘루시드 드림’은 2월22일 개봉,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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