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배종옥 “이제 재미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16-04-22 14:49:04

[이유리 기자] 20~30대 젊은 배우들은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배우 배종옥은 그렇게 말하는 어린 배우들의 롤모델이다. 30년차 배우, 온갖 구설수에 오르기 쉬운 여배우로 30년을 살아왔다. 차갑고 카리스마 넘치며 매혹적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억척스러운 생선가게 아줌마가 되기도 하고 배신에 눈물 흘리는 완벽한 현모양처가 되기도 한다.

지난 30년간 그는 항상 변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변화는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30년 동안 그는 독보적인 배종옥 만의 연기 색을 구축했다.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모든 것을 배종옥화 시켰으니 말이다.

매력적인 여배우 배종옥, 그 스스로가 말하는 ‘배종옥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자.

Q. 오늘 화보촬영은 ‘배종옥의 매력’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기분이 어떤가
화보촬영보다는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왔기에 사진 작업이 자유롭진 않다. 그래도 오늘은 촬영장소가 너무 예뻐서 사진 찍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배우로만 오랜 시간 살다보니 내 매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주로 나보고 카리스마 있다고 그런다. 강렬한 역할을 많이 맡다보니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배우 배종옥의 매력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나보고 카리스마 있다고 그러더라. 강렬한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느낌을 받지 않나 싶다. 내 매력을 내가 얘기하려니 쑥스럽다(웃음).

Q.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배종옥하면 강한 이미지를 많이 떠올린다
아무리 내가 색다른 것을 하더라도 한 번 고정된 이미지를 깨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예전에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시트콤 연기를 했고 나는 늘 색다른 캐릭터를 연이미지가 한 번 고정되면 내가 아무리 색다른 걸해도 그 인식을 깨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도 예전에 시트콤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도 출연했고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생선 파는 여자 역도 맡아봤다. 그런 역을 했음에도 ‘배종옥’하면 늘 고정된 나의 이미지가 있다. 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참 어렵더라.

그렇다고 내 이미지가 싫진 않다. 내가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오랫동안 배우의 길을 살 건데 내가 계속 그런 강한 역할만 맡으면 보는 이들이 지루할 수 있다. 사람들이 ‘왜 배종옥은 매번 그런 역할만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계속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늘 변화했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장르에서 자유로운 연기로 대중들을 만나고 싶다.


Q. 작품 선택의 기준이 ‘무언가 배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더라
내가 변화하지 않거나 무언가를 배울 수 없는 작품은 지겨워진다. 그래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작품이거나 내가 그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Q. 매 작품에서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못해본 배역이 있을까
거의 다해봤지만 코믹 캐릭터처럼 내가 이제까지 안 해본 역할을 하고 싶다.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야기하는데도 그런 역할 제의가 없다. 내가 좀 진지하거나 깊이 있는 작품을 많이 했다보니 제의받는 것도 이전의 그런 캐릭터들이 주를 이룬다. 이제 가볍지만 재밌고, 재밌고 자유로운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면 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Q. 늘 새로운 역할을 추구하다보면 아무리 배종옥이라도 막힐 때가 있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어쩔 때는 굉장히 고통스럽다. 어떤 역할이든 나를 벗어날 수는 없기에 내가 갖고 있는 색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런 고통의 과정 없이 어떻게 괜찮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나. 나는 너무 쉽게 다가가지는 작품보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몇날며칠 캐릭터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고 내 시간을 보낼 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가장 고통스러웠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많은 작품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통을 줬던 작품들이 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는 그런 고통스러운 작업을 즐기는 것 같다. 남들은 ‘원래 너는 연기 잘하잖아’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모든 작품들에 다가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고 캐릭터를 내 느낌으로 가져오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내 느낌이 되면 그 때부터 탄력을 받는다.

Q.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많이 하는 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다른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를 봤다면 알 거다. 내가 할 만한 배역이 없다. 내가 무엇을 따지느라 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Q. ‘룸메이트’로 리얼 버라이어트 예능에 처음으로 출연했었다. 어땠나
재밌었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어서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보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도 알게 되고 즐겁더라.

Q. ‘룸메이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극공연은 하는데 뮤지컬을 할 생각은 없나
30대 중반에 장진 감독의 ‘아름다운 사인’이라는 세미 뮤지컬을 한 번 해보긴 했다. 뮤지컬하면 좋고 하고 싶었는데 뮤지컬이 참 쉽지 않다. 뮤지컬을 하려면 노래 공부만 5년 정도해야 한다.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깐 뮤지컬은 뮤지컬 배우에게 넘기려고 한다(웃음).


Q. 드라마, 영화 그리고 연극무대에서의 연기는 어떤지 궁금하다
일단 공간이 다르니 연기적으로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인 연기 메커니즘은 똑같다. 연극에서는 큰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니깐 큰 목소리와 과장된 액팅이 필요하다. 드라마의 경우 자연스러운 생활을 보여주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영화는 스크린이 크니깐 눈빛이 더욱 중요하다. 관객들은 내 눈을 100배나 크게 바라본다. 그렇기에 작은 감정의 표현도 놓쳐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드라마를 위주로 하던 배우가 영화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계속 연기를 지적받는데 어떻게 하면 감정연기를 잘할 수 있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드라마는 아무리 커도 100인치이지만 영화의 스크린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눈빛의 아주 작은 움직임도 진실 되게 가져가야 한다”라고 말해줬다.

Q. 요즘은 톱스타들이 다시 연기를 배우기 위해 연극무대에 서는 일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끊어서 갈 수 있지만 무대는 인생과 똑같다. 일단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생겨도 끝까지 가야한다. 그 안에서 인생을 공부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변함없이 무대에 서야 한다. 그런 상황과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다. 연극무대에 서다보면 표현방식을 훨씬 깊이 있어진다. 그래서 오랫동안 연극을 한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되게 다양하고 재밌는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 거다.

Q.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을 때 “인기로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부숴버리고 싶다”고 발언한 것이 굉장히 화제가 됐었다
배우로 산다는 것, 배우로 나이 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싶지 않다. 생각해보면 나도 데뷔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배우로 크고 싶다는 그들의 생각이 왜곡돼 있거나 잘못된 지향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 하면 괜찮을까, 저렇게 해서 오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 개념을 아예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있다.

Q. 반대로 ‘참 괜찮다’하는 배우들도 있을 것 같다
많다. 요즘 친구들 보면 열심히 참 잘한다. 그런데 그들을 자세히 보면 어디에 목적을 둬야할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더라. 그런걸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Q. 연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연기를 잘하기 위한 팁을 전해주자면
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이 ‘공부해야 된다’는 것이다. 타고난 배우라도 자신의 기질만 가지고 배우생활을 하기엔 배우의 삶이 굉장히 길다. 그러기 때문에 늘 작품을 만날 때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캐릭터를 접하면 훨씬 연기하는 시간들이 재밌어지고 본인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보다 더 좋은 기회를 가진 배우들을 질투하거나 나는 왜 저기까지 가지 못하나 하고 그들을 보고 자신을 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본인에게 굉장히 안 좋은 일이다. 배우는 굉장히 수명이 길다.

누가 먼저 출세를 하고 성공을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지금 당장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2,30년 동안 지속되진 않는다.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이것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에게로 가져올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공부한다면 충분히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계속 그런 것에 패배의식을 느끼더라. 꿈은 큰데 본인은 노력하지 않는다. 자신은 공부한다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에게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늘 공부하고 연기를 배우려는 꿈을 놓지 않는다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 절대 누구와 비교하지 마라’라고 늘 말한다.


Q. 30년간 여배우로서 살아왔는데 어땠나. 여배우로 사는 것 힘들진 않나
사회에서 어떻게 보던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에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 연기자의 길을 택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시간이 갈수록 재밌고 갈수록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을 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좋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내가 고민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작품을 만날 때는 늘 가슴이 뛰고 그것을 잘해냈을 때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도 하고 이런 일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Q. 여배우가 아닌 인간 배종옥의 시간은 어떤가
나는 일할 때는 일만 한다. 촬영하는 작품에만 빠져있기에 다른 재밌는 작품이 있다고 그래도 내가 잡은 감정이 흐트러지는 게 싫어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쉴 때는 그동안 못 본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한다.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 본 영화중에는 ‘노트 온 스캔들’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주디 덴치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참 좋았다.

Q. 중국어 공부도 한다고 알고 있다. 중국진출을 염두에 둔 것인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딱 계기가 안 생긴다. 중국진출하면 좋다. 이제껏 우리나라에서 연기자로 충실해왔으니 다른 세계에서 연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 그들의 세계를 어떨지, 그들의 작업방식이나 중국 배우들의 성격을 아는 과정이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Q.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몸매가 상당히 좋던데 필라테스로 관리한 것인가
몸매를 가꾸기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허리흡착증이 있어 이런 저런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보다 자세교정이 우선이겠더라. 그래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운동을 하니 자세가 교정되고 척추가 정렬되더라. 하다 보니 몸매도 좋아지는 것 같고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Q. 피부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피부가 굉장히 건조한 편이라 수분 마스크팩을 열심히 해준다. ‘스파이’ 촬영 때 일본 취재진이 인터뷰를 마치고 에센스를 하나 선물로 주더라. 먹어도 되고 얼굴에 발라도 되는 꿀 에센스였는데 나에겐 굉장히 좋더라. 그렇게 열심히 관리하니 요즘은 내가 느끼기에도 피부가 좋아졌다. 그 외에도 가끔 피부과 시술도 받는다.

Q. 50대 배종옥이 이루고 싶은 연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목표를 세운다고 내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웃음). 아직 할머니 역을 하기엔 젊고 젊은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들어온다면 그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내 50대가 잘 지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젊어 보이려 노력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들이 중년의 여배우에게 아름다운 외모나 몸매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혹시 배종옥에게도 롤모델이 있을까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다. 외국배우 중에는 주디 덴치와 케이트 블란쳇을 정말 좋아한다. 70대 여배우인 샬롯 램플링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여배우가 어떻게 나이를 들어가야 하는가’가 내 숙제이다 보니 외국 배우들이 어떻게 나이를 들어가는지, 어떤 작품을 하는지를 보면서 내가 나가야할 방향성을 공부한다. 나이가 들고 얼굴에 주름이 생겨도 깊이 있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길을 가야겠구나라고 계속 생각한다.

기획 진행: 이유리, 우지안
포토: bnt포토그래퍼 문진우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박소연
의상: 21드페이, 데무 박춘무, 레오나드
슈즈: 지니킴
주얼리: 바이가미
클러치: 21드페이
헤어: 재클린 서연 디자이너
메이크업: 재클린 권일금 수석부원장
장소협찬: YUL&misang flower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