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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강성, 그의 흔들리지 않는 개똥철학

2015-10-16 17:36:20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연기, 그리고 배우. 그들이 선택한 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빛을 발했고 돋보이기 시작했다. 무수히 떠있는 별들 중 별 중의 별이 되기 위해 대중들 앞에 선 그들의 노력이 반갑고도 설렌다. 바래진 서랍장 속 꽁꽁 싸놓았던 소중한 물건을 찾은 것처럼.>

지난 2002년 대한민국을 김두한의 물결로 일렁이게 했던 드라마 ‘야인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임강성을 모를 리 없을 거다. ‘야인시대’ OST ‘야인’이라는 곡으로 유명세를 떨친 가수 임강성이 배우로의 도약에 성공하며 대중들의 눈에 하나하나씩 담기기 시작했다.

최근 임강성은 호평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둔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 ‘용팔이’에 이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 연출 정대윤)와 종영을 앞둔 OCN 일요드라마 ‘처용2’(극본 강철우, 연출 홍승현)까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한경닷컴 bnt뉴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에게 배우, 그리고 연기는 간절하고 자연스레 다가왔다. 하지만 가수로서 먼저 이름을 알린 임강성이기에 그의 말이 더 새롭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워낙에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 어머니가 데이트를 하시면 저를 혼자 대학로 극장에 놓고 가셨어요. ‘신밧드의 모험’이나 ‘피터팬’같은 연극을 보게 하시곤 두 분을 데이트를 하러 가셨죠. 부모님께서 ‘혼자서도 잘 보더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리고 연기자를 처음 시작한건 17살 때 ‘청소년 드라마 나’라는 작품으로 배우 김래원 씨, 안재모 형과 같은 반 동급생으로 첫 데뷔를 했어요.”

“데뷔 전 연기자 회사에 들어갔는데 사장님께서 노래방을 데리고 가주셔서 자연스럽게 놀다가 제 노래하는 걸 보고 ‘노래를 좀 하는구나’ 하셨어요. 그때 제 1집 앨범 ‘얼웨이즈(always)’와 맞물려서 ‘야인’을 부르게 됐습니다. 덕을 본거죠.”


이렇게 연기자로 꿈꿔왔던 목표를 향해 달려간 임강성은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을 통해 정식 주연으로 데뷔, ‘무사 백동수’ ‘신분을 숨겨라’ ‘용팔이’ ‘그녀는 예뻤다’ ‘처용2’에서 짧지만 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안방극장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에서는 아픔을 간직한 내면 연기와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유진우 박사 역을, 현재 방영되고 있는 ‘처용2’에서는 소름끼치는 사이코패스 조남호 역으로,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극 초반 고준희(민하리 역)에게 발등을 차이는 허세남 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중 ‘처용2’에서는 순수한 그의 얼굴과 대비되는 강렬한 역할로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이에 임강성은 “특이한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찰나였다”며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외모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같단다.


이어 그는 이달 15일, 16일 진행된 뮤지컬 ‘최치원’에서 최치원 역으로 활약했다. 2016년 본공연에 앞서 트라이아웃 버전으로 제작된 뮤지컬 ‘최치원’에서 임강성은 100분이란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방인으로 살아야만했던 인간 최치원의 모습과 더불어 신라인이었지만 당나라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그의 일대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작품 자체가 너무 잘 나왔습니다. 계속 그 사람의 인생에 대입해 나도 처해질 수 있는 것들, 누구나 하는 사랑, 살고 있지만 성과자체가 좋지 못할 때도 있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뤘습니다. 통일신라시대를 살았던 한 사람의 톤을 따라가기보다 감정을 따라가려고 노력했어요.”

아직은 많은 대중들에게는 만연하게 핀 꽃이 아닌 피고 있는 꽃이지만 어느덧 연기 경력 18년 차 배우다. 짧고도 긴 시간 “단역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전혀 없다”고 단언하는 그다.

“단역이라도 연기자이자 하나의 역할이니까 괜찮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겁이 잘 없어요. 재밌어요. 제 역할이 잠깐 나오고 없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역할이 세지 않나요?(웃음) 비중이 큰 걸 했다가 적어지면 속상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겁도 잘 없어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주의예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면서 느낀 게 제 성격이 어떤지, 성향이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람은 다 그런 것 같아요. 한 사람에게는 분명 악한 것도 있을 테도 찌질한 면도 있을 거고 착하고 여린 면도 있지 않을까요? 점점 모호해지지만 그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연기자로서 중심은 없지만 철학은 있어요. 제 삶에 대해서나 연기에 대해서나 많은 생각을 거듭하겠지만요. 개똥철학일수도 있지만 바뀌지 않는 건 주변의 것들에 쉬 흔들리지 않는 제 모습일 거예요. 여유 있게 믿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30대의 중반에 선 그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늘 기다림인 것 같단다. “기다림은 고통스럽지만 미학도 있는 거지 않냐”며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에게 앞으로 더 단단해질 배우의 모습이 당연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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