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운 수술법을 신봉하는 의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는 의사는 더더욱 아니다. 환자마다 얼굴 모양, 피부 특성, 원하는 정도가 다 다르므로 같은 수술을 원한다 해도 수술 방법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환자의 조건을 고려해 다양한 수술기법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한 가지 방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두 가지 기술만 잘 배워서 줄곧 그 수술만 하는 의사도 없지는 않다.
한국에서 나는 성형외과 의사치고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요즘 의사들이 배우는 성형 교과서에는 내가 개발하여 보급시킨 수술법들도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최신 수술법에 밝고 수술도 잘 할 것 같지만 그건 성형 수술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나는 수련의 시절에 당시 전 세계에 몇 없는 미세수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존스 홉킨스에 갔다. 거기서 배운 것도 주요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끊임없이 연마했기에 몇 년 후에는 가르치는 자격으로 미국에 갈 수 있었다. 의사의 손에 수술이 익으려면 일정량 이상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게 경험이고 연륜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학술대회 등에서 발표되는 것 중 바로 적용할 수 있거나 5년, 10년 후에도 사용되는 기술은 20%도 채 안 된다는 점이다. 학술대회에선 기존의 방법과 다르기 때문에 일단 알리는 것일 뿐 그 수술이 실험적인 단계를 지나 학계에서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임상 사례가 쌓여야 한다. 수술 후 충분한 관찰과 부작용에 대한 통계학적인 검토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수술의 장단점이 다 드러나고 확연한 실효성을 보여야 비로소 새로운 술식으로 인정받는다.

한국인들은 ‘새로운’, ‘최신의’ 이런 말들을 참 좋아한다. 예전 환자들은 잡지를 보고, 요즘 환자들은 인터넷 정보를 보고 와서, 이런 새로운 수술법이 있다는데 그 방법으로 하면 어떠냐고 묻는다. 잡지나 인터넷에 실리는 글들은 정보라기보다는 광고에 가깝고, 최신 수술법이란 아직 시술한 의사도, 경험한 환자도 적다는 말이므로 가려들을 필요가 있다. 기존 방법이냐, 최신 방법이냐를 따지기 보다는 환자에게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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