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현직 의사가 전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①] 크리스틴의 키스엔 애정이 담겨 있었을까?

2009-10-04 18:02:04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 라울, 그리고 팬텀(에릭)이 삼각관계를 이루면서 진행되는 러브스토리다. 뮤지컬 속 이들 세 사람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1막

칼롯타 대신 졸지에 프리마돈나 역을 맡게 된 크리스틴. 그녀가 부른 “Think of me"는 연가(戀歌)다. 마치 크리스틴이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극장의 새로운 재정 후원자 라울은 공연을 보다가 크리스틴의 목소리를 들으며 크리스틴과 풋사랑을 나눴던 아름다운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기뻐한다. 무대 뒤 어디선가 크리스틴에게 노래를 가르쳐준 팬텀도 이 노래를 들으며 크리스틴이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는 상상에 빠져 있으리라.
라울과의 예기치 않은 재회.

크리스틴은 기뻤지만 팬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크리스틴의 성공적인 첫 무대데뷔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팬텀에게 갑자기 불청객인 라울이 찾아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분장실 방의 커다란 거울 뒤쪽에서 연미복 차림으로 모습을 나타낸 팬텀은 크리스틴의 손을 잡고 자기의 은신처로 향한다. “The Phantom of the Opera”를 함께 부르며. 노래를 통해 크리스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팬텀. 팬텀의 최면에 빠져 이미 마음속에 들어왔다고 노래하는 크리스틴의 이중창이 무대를 꽉 채운다.

곧이어 팬텀은 “Music of the Night”를 부른다. 이 곡을 가만히 들어보면 크리스틴을 향한 팬텀의 사랑 고백임을 알 수 있다. “Music of the Night”는 팬텀 자신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밤은 세상의 눈을 피해 사는 팬텀의 모습이다. 여기에 음악이 있다. 음악은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팬텀이 삶을 살아갈 있게 해주는 희망이요 도구다. 결국 ‘어둠 속의 음악’은 팬텀 자신을 의미한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어보라는 팬텀의 노래는 흉측한 얼굴을 보지 말고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자신의 마음을 느껴보라는 뜻이다. 눈을 감고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팬텀의 감미로운 프로포즈를 듣다보면 선천적인 기형의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 온갖 학대와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얼굴만큼 일그러졌을 그의 마음에도 한 켠에 자그맣게 사랑의 따뜻한 둥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괴물 같은 얼굴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고 커왔던 그에게 음악은 커다란 축복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일찍 부모를 여의고 오페라 극장에 들어온 어린 크리스틴. 그녀에게서 숨어있는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팬텀은 아마도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연민을 느끼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의 감정이 싹텄을 것이다. 크리스틴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면서 언젠가 크리스틴 앞에서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바로 이 “Music of the Night”이 아닐까?

크리스틴에게 팬텀은 어떤 존재였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곳 오페라 하우스에서 만난 팬텀은 (비록 목소리로 만났지만) 단지 천상에 계신 아버지가 보낸 음악 선생님이란 상상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된다. 크리스틴에게 팬텀은 음악으로 위로받는 정신적 위안처였고 때론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크리스틴. 팬텀은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작곡에 여념이 없다. 크리스틴은 살며서 팬텀에게 다가가 작곡에 몰두하던 팬텀의 가면을 벗긴다.

방심한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크리스틴에게 흉한 얼굴을 보여 주면서 그래도 사랑해줄 수 있냐고 물어볼 참이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크리스틴으로부터 사랑의 감정을 얻지도 못한 채 자신의 최대 약점인 흉측한 얼굴이 노출된 것이다. 그것도 너무도 사랑하는 크리스틴 앞에서.

팬텀이 극도의 분노감을 표출하면서 흐느끼는 모습은 그래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팬텀은 충동적이었고 자제력이 약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아직 서로 교감을 충분히 나누지도 못한 첫 대면에서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대신 두려움과 공포를 심어줘 버린 것이다. 크리스틴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에게 마스크를 돌려준다.

오페라 “Il Muto" 공연은 팬텀의 요구를 무시한 채로 무대에 올려지고 결국 칼롯타의 개구리 목소리, 부케의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팬텀에 대한 공포감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팬텀을 피해 크리스틴은 라울을 데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옥상으로 올라간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팬텀 얘기를 하는 크리스틴에게 라울은 ‘어둠 얘기는 이제 그만’하라면서 진정시키고 둘은 “All I ask of you"를 부른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면이다. 라울과 크리스틴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 장면에서 라울은 크리스틴에게 팬텀으로 인한 두려움으로부터 보호해 주겠다고 다짐한다. 크리스틴은 라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라울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팬텀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크리스틴이 ‘난 자유를 원해요 밤없는 세상을’이라고 노래하는 부분은 밤으로 상징되는 팬텀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크리스틴 마음의 표현이다. 앞서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Music of the Night”에서 “현란스런 빛에서 돌려... 들어봐요 밤의 음악을..”이라 노래하면서 자기에게 오라고 유혹했었다. 여기에서 크리스틴은 팬텀에 대한 감정을 확실히 정리하고 ‘밤의 음악’에서 ‘현란스런 빛’으로 되돌아간다.

둘은 옥상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무대 꼭대기에 붙어있던 조각상을 타고 유령이 내려온다.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 속삭임을 엿들은 유령의 마음은 어땠을까? 연민과 사랑을 가지고 크리스틴에세 열심히 노래를 가르쳐오면서 언젠가 크리스틴이 프리마돈나의 자리에 서는 날 당당히 나타나 프로포즈를 하려 했던 유령. 충동적이고 자제력을 잃은 자신의 모습에 사랑하는 크리스틴은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고 한술 더 떠서 라울이라는 강력한 연적(戀敵)까지 나타났으니.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건 크리스틴의 마음이 라울에게 완전히 돌아서버렸다는 것이다. 괴로워하며 흐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상을 등지고 비틀린 인생을 살고 있는 그에게 그나마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던 크리스틴을 잃었다? 이제 그에게 더 이상 이성은 남아있지 않다. 배신감은 분노와 증오로 바뀌고 멀리서 라울과 크리스틴의 이중창 “All I ask of you”이 들려오자 팬텀은 “오늘을 저주할 것이다”라고 울부짖으며 복수를 결심한다.
(사진출처: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식 홈페이지)

한경닷컴 bnt뉴스 연예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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