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평짜리 작은 사무실에서 파리로 뻗어나간 정욱준표 ‘뉴 클래식’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1997년,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고 9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한 정욱준은 후배와 단둘이 신사동에 약 15㎡(4.7평)짜리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의 첫 번째 브랜드, ‘론 커스텀(Lone Costume)’을 론칭. 젊은층의 감각을 반영한 슬림하면서도 깔끔한 남성복을 선보였다.
“클래식이란 모토는 지금도 그대로예요.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클래식의 정통성을 지키자’는 생각에서 ‘약간 변화를 주자’로 바뀐 거죠” 처음에는 실루엣, 그 다음엔 아방가르드터치 등을 사용한 패턴의 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클래식의 대명사인 트랜치코트를 점프 스타일, 그리고 팬츠 등으로 변형시키기에 이르렀다.
2001년 S/S 서울컬렉션. 그의 첫 번째 컬렉션이 열렸다. 지금도 수트, 셔츠, 트렌치코트 등을 선호하는 그는 당시에도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클래식한 아이템에 스키니를 접목해서 피팅감을 새롭게 했어요. 1920년대 남성정장처럼 여성복같이 슬림한 라인으로 디자인했죠”

파리에서 가장 명망 있는 에이전시인 토템과 프레신에 직접 연락한 후 포트폴리오를 들고 무작정 파리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에이전시 관계자들은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두 곳 모두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이 중 토템은 “우리가 찾던 디자이너”라며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
이렇게 해서 결국 토종 한국 디자이너 정욱준은 2007년 6월, 준지(Juun.J)라는 이름으로 2008 S/S 파리컬렉션에 데뷔. ‘리포지셔닝’이라는 주제로 ‘트렌치코트를 완전히 재해석’함으로써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재구성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파리의 패션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의 능숙한 테일러링으로 재구성된 아방가르드한 트렌치코트를 본 유럽인들이 즉각적인 반응한 것이다. ‘패션계에 신성이 나타났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디자이너다’ 등의 찬사가 쏟아지면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가 선정한 ‘주목받는 디자이너 6인’에도 꼽혔다. 그 후로 그의 컬렉션에는 늘 트렌치코트가 등장했다.
'르 피가로'는 2008년 F/W 컬렉션 후, “준지에 의한 클래식의 전환”이라는 평을 더했다. 이제 그는 국내뿐 아니라 파리를 포함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파리컬렉션에 참여하고 있다.
파리에서의 첫 번째 컬렉션인 2008 S/S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파리 현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JUNN.J(준지)’를 오픈했다.

디자이너 정욱준은 네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파리에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 ‘준지(JUUN.J)’와 국내 명품 브랜드인 ‘론 커스텀’과 중가 브랜드 ‘론 스튜디오’, 그리고 홈쇼핑용 중저가 브랜드 ‘론’.
네 가지 브랜드 모두 정욱준이 일일이 디자인에 관여하지만, 소재와 공정의 차이 때문에 가격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한 땀 한 땀 정교한 수공예 공정으로 이루어지는 준지와 론 커스텀은 슈트 한 벌에 300만 원을 호가한다. 대량생산하는 론 스튜디오와 론은 10만~50만 원선.
국내 브랜드인 ‘론 커스텀’은 현재 갤러리아 백화점과 신사동 메인숍, 청담동에 있는 명품 편집매장 ‘분더숍’에서 만날 수 있고, 론 스튜디오는 전국의 10군데 대리점에서 판매된다.
특히 론스튜디오는 20~30대 젊은 남성을 겨냥해 만든 고감도 캐릭터정장으로, 정상급 디자이너의 감성이 반영된 동시에 편안함과 실용성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그의 브랜드 중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는 GS홈쇼핑에 론칭한 ‘준’. 홈쇼핑 디자이너 브랜드 중 최장수 브랜드다.
디자이너 정욱준. 이제 그는 ‘준지’를 통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준지’가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의 레끌레어와 밀라노의 단토네, 홍콩의 조이스뿐만 아니라 빈, 뉴욕, 온타리오, 상하이 등지의 ‘편집숍’에서 팔리게 된 것.
특히 최첨단 유행을 선도하는 편집매장인 파리의 레끌레어에 한국 디자이너의 제품이 선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 파리컬렉션에 나온 그의 작품을 눈여겨본 세계적인 세일즈 에이전트가 세계 곳곳의 ‘편집숍’에서 그의 옷을 팔기로 한 것이다.
>> 3편에 계속
한경닷컴 bnt뉴스 이선영 기자 goodluck@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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