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에 돌아보는 중년의 시간
중년에게 연말은 무언가를 더 이루기보다, 지금의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잘 살았는지를 따지기보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김민종이 연기한 인물은 삶에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앞으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의 자신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그 모습은 연말을 맞은 중년의 마음과 닮아 있다.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삶을 서둘 필요는 없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내 시간이 떠오른다. 올해 내가 했던 선택들과, 지나온 사람들, 기뻤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들. 잘했는지 따지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더 솔직해진다. 이 영화가 전하는 중년의 시간은 후회나 미련이 아니라, 아직 다 되지 않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피렌체는 연말연초에 혼자 보기 좋은, 중년을 위한 영화다.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기보다,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조용한 극장에 앉아 있다 보면, 영화보다 내가 지나온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피렌체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잘 살았는지 따지지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잠시 돌아봐도 괜찮다. 연말에,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극장에 앉아있어도 괜찮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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