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강화군의 한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원장이 입소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뒤늦게 공개됐다.
피해자는 무려 19명으로, 영화 ‘도가니’의 실제 사건이었던 광주 인화학교 사건(피해자 9명)보다 규모가 큰 ‘인천판 도가니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색동원에 입소한 여성 장애인 전원(17명)과 이미 퇴소한 2명 등 총 19명이 A씨에게 성폭행 및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30~60대 여성 장애인이다.
40대 장애인 B씨는 조사에서 “원장님이 성적으로 만지려고 했다.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만져줘’ ‘또 하자’는 말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40대 장애인 C씨는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만졌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범행 장소로 방과 소파, 2층 카페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했으며, 다른 장애인들이 A씨에게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도 밝혔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원장님이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대는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피해자 19명 중 13명이 부모나 형제가 없는 무연고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적게는 5년에서 최대 16년까지 시설에서 생활해왔으며, 외부인과의 접촉이 거의 없어 A씨를 비롯한 시설 종사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A씨를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원장 그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40대 장애인은 조사 과정에서 다른 장애인이 진술할 때 비명을 지르며 방해하고, A씨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입소자들에게 자신의 옷을 벗고 성기를 보여주는 등의 범행을 일삼았고, 피해자들은 “아빠가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신고를 접수한 뒤 같은 해 9월 해당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로부터 피해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작성됐지만, 조사를 의뢰한 강화군이 내용을 전면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피해 규모 등이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의사 표현이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성폭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들었고,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장애인에게는 놀이나 그림·사진 조사 등 전문 기법을 활용해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현재 서울경찰청은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고서를 중요 참고자료로 활용해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하는 등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퇴소한 2명을 제외한 여성 장애인 17명은 현재 다른 시설로 분리 조치된 상태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불쌍한 장애인 성폭행을…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라”, “원장이란 사람 신상공개부터 하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안 그래도 영화로 나와서 그나마 어떻게해서든 이미지 바꿔보려고 전국 장애인 시설 관계자들 노력한 사람도 있을 텐데, 기사 나오고 걱정하는 부모들, 가족들 전화 빗발치는 거 아닐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사건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의 모티프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범죄 사건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국내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 중 최다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