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을 향한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우려를 촉발하며 20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주식·채권·달러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0.74포인트(1.76%) 하락한 48,488.5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3.15포인트(2.06%) 내린 6,796.86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561.07포인트(2.39%) 급락한 22,964.3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0.09까지 치솟아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비디아(-4.38%), 테슬라(-4.17%), 애플(-3.44%), 아마존(-3.40%) 등 빅테크 주요 종목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수익률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6bp(1bp=0.01%포인트) 오른 4.2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초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8bp 오른 4.92%로, 역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내달 조기 총선거 실시 방침을 굳힌 가운데 일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것도 미국채 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40년물 국채 금리는 4%를 돌파하며 재정 건전성 우려를 키웠다.

달러화 가치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8% 하락한 98.6을 기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6% 상승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자본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예전처럼 미국 자산을 매수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765.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7% 급등했다. 은 현물 가격도 장중 온스당 95.87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시장 충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를 위해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참여를 거절했다는 보도에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웰스스파이어의 브래드 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관세를 비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기화하는 것은 2025년 4월 당시 트럼프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다시 불러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장분석가는 “달러 약세가 귀금속에 추가적인 순풍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시점에서 금 랠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51% 오른 배럴당 60.34달러에 마감했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