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상반기 연예계는 단연 故 김새론과 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작되고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16일 김새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단순한 부고에서 시작되어 미성년자 그루밍 의혹, 사생활 진실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으로 번져갔다.
배우 김새론이 2025년 2월 16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죽음 이후 드러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적 고통이었다. 2009년 영화 ‘여행자’와 2010년 ‘아저씨’로 주목받으며 아역 배우로 출발한 김새론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녀보감’, ‘하이스쿨: 러브온’, ‘사냥개들’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했지만, 생전 마지막 몇 년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2023년 법원 자료에 따르면 김새론은 아버지의 개인 파산 사건에서 2억 5천만 원의 채권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20명이 넘는 채권자들에게 수억 원의 부채를 남긴 채 2020년 12월 개인 파산을 신청했고, 2023년 3월 파산과 면책이 확정됐다. 당시 김새론은 만 20세였다.
가족이 2021년 개업한 식당에도 김새론은 자금을 투자하고 연예계 인맥을 총동원해 홍보에 나섰지만, 결국 2024년 월세와 관리비 체납으로 보증금을 모두 잃고 조기 폐점하는 아픔을 겪었다. 2022년 5월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그의 경제적 부담에 기름을 부었다. 변압기를 들이받으며 인근 상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금과 법적 비용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에 따르면 김새론은 연예계 지인 3명을 포함해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으로부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전적 도움을 받았고, 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에 약 7억 원, 런엔터테인먼트에 6천만 원 가량의 채무가 있었다. 이를 종합하면 김새론이 생전 짊어진 채무는 최소 12억 원에 달했다.
“15세부터 6년간 교제” 폭탄 발언과 김수현의 눈물

김새론의 죽음 한 달 여 후인 3월, 유족은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김새론이 만 15세였던 2015년부터 배우 김수현과 약 6년간 연인 관계였다는 것이었다. 유족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두 사람의 사진과 2016년, 2018년 카카오톡 메시지, 손편지 등을 공개하며 미성년자 그루밍을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수현은 아동복지법 위반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었다.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김수현은 즉시 모든 활동을 중단했고, 대만 세븐일레븐 등 해외 광고 계약들이 잇따라 취소되며 수십억 원대 손실을 입었다.
김수현은 3월 31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격정적으로 반박했다. “고인이 미성년자이던 시절 교제를 하지 않았다”며 “저의 외면으로 인해, 또 저희 소속사가 고인 채무를 압박했기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열했다. 그는 유족 측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며, 실제 교제는 김새론이 성인이 된 2019년 여름부터 2020년 가을까지였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족 측이 제시한 증거들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미성년자 연애의 증거’라며 제시된 사진이 김새론이 성인이 된 이후 출시된 아이폰11으로 찍힌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또한 김수현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아이돌 출신 배우와 3년간 교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동시 교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여론은 점차 김수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증거도 없이 말만으로 죄인 만드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미성년자 시절 교제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몇 달째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뭐가 더 나오지 않는 이상 김수현이 억울한 걸로 보인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논란이 지속되면서 부작용도 심각했다. 김새론이 고등학교 시절 연상의 유명 아이돌 멤버와 교제했다는 보도, 미국에서 일반인 남성과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 등이 연이어 공개되며 고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사건과 무관한 연예인들도 김새론의 과거 연인으로 지목되며 곤란을 겪었다.
600억 ‘넉오프’ 보류와 10건의 소송전
김수현 주연 디즈니+ 시리즈 ‘넉오프’는 총 600억 원이 투입되고 시즌2 촬영도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현재까지도 공개가 보류된 상태다. 디즈니플러스는 2025년 하반기 라인업 발표에서 ‘넉오프’를 제외한 채 다른 작품들로만 구성된 계획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공개 여부도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조보아는 “열심히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준비한 작품이고 애정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결혼 후 신혼여행까지 미루고 촬영에 임했지만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휘말리며 마음고생을 하게 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김수현에 대한 인식이 회복되는 기세를 보였다. ‘별에서 온 그대’가 브라질 최대 민영방송사 SBT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대만에서도 재방송이 결정되는 등 해외에서 김수현 작품의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서대문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김수현과 김새론 유족 간의 고소·고발 사건은 총 10건에 이른다. 김수현 측은 유족과 가로세로연구소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고 12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김수현을 아동복지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현재까지 결정적인 물적 증거나 증인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에서의 최종 판단이 이 사건의 진실을 가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는 “잘못한 게 없으면 복귀해야지”, “거의 다 찍었다고 하고 분위기 보니 잘못 없는 것 같은데 판결 나오면 곧 공개하지 않을까”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어, 작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상반기를 강타한 김새론-김수현 논란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법정에서 다퉈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이다.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새론,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은 김수현, 그리고 사건과 무관하게 피해를 입은 수많은 연예인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 채 2025년 상반기 연예계 최대 이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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