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으로 뜨거워진 바다가 태풍과 집중호우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최근 2년간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갔지만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고수온이 이어지면서 올가을 태풍에 대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바다에 축적된 열에너지인 해양 열용량도 지난 60여 년 동안 크게 증가했다. 따뜻한 바다는 태풍에 열과 수증기를 공급해 발달을 돕는 역할을 한다.
올해 발생한 태풍은 24개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가장 많다.
태풍은 적도에 몰린 열을 중위도로 이동시키고 바닷물을 뒤섞는 역할을 하지만, 뜨거워진 바다에서 발달할 경우 강한 비와 바람을 동반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반도 주변 바다도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대마난류 세력 강화와 여름철 폭염 증가, 해양열파의 강도와 빈도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가을에도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 고수온 경보가 내려지면서 태풍이 접근할 경우 바다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일본 나고야의 기록적인 폭우도 태풍이 남긴 수증기의 위력을 보여줬다.
지난 8일 나고야에는 선상강수대가 형성되면서 1시간에 104.5㎜의 비가 쏟아졌다. 하루 강수량도 220㎜에 육박했다.
침수 차량이 속출했고 나고야시는 최대 약 117만 명을 대상으로 최고 수준의 피난 정보인 ‘긴급 안전 확보’를 발령했다.
이번 폭우는 소멸한 제24호 태풍 ‘크로반’이 남긴 다량의 수증기와 정체전선이 결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이 직접 상륙하지 않더라도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공급하는 수증기가 집중호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2024년 8월 ‘종다리’ 이후 2년 동안 직접적인 태풍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강한 고기압이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면서 태풍이 중국으로 밀려나거나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풍이 비껴갔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고기압의 위치가 달라질 경우 뜨거워진 바다에서 발달한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해수면 상승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 해수면은 약 11.5㎝ 상승했다.
평균 해수면이 높아진 상태에서 태풍과 폭우가 겹치면 폭풍해일과 연안 침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발달이 해수면 온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수직 바람시어와 주변 기압계, 이동 속도, 건조 공기 유입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다만 뜨거운 바다와 깊어진 난수층은 태풍이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최근 2년간 이어진 ‘태풍 무사 통과’가 올해까지 계속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역대급으로 달아오른 바다가 태풍을 키울 에너지를 품고 있는 만큼 가을 태풍과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사진=AI 생성
서정민 기자
bnt뉴스 라이프팀 기사제보 life@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