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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 관세 쇼크에 트럼프 ‘10% 글로벌 관세’ 맞불…시장은 안도 랠리

서정민 기자
2026-02-21 06: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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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 관세 쇼크에 트럼프 ‘10% 글로벌 관세’ 맞불…시장은 안도 랠리(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매우 실망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즉각 대체 관세 부과 방안을 제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통령 권한의 범위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해 수십 개국에 부과한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상호관세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적용된 IEEPA 기반 관세들이 행정부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미국 법은 원칙적으로 관세 부과 권한을 행정부가 아닌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며, IEEPA에는 ‘관세’라는 명시적 언급이 없다는 점이 판결의 근거가 됐다.

다만 대법원은 관세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이 아니라 IEEPA라는 비상권한법을 통한 관세 부과 방식만을 문제 삼았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특정 산업에 적용된 무역확장법 232조 기반 관세들은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은 관세를 뒤집은 것이 아니라 IEEPA 관세의 특정한 적용 방식을 뒤집은 것”이라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무역법 122조,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법 338조, 무역법 201조 등 5가지 법적 권한을 대안으로 직접 거론하며 “대법원이 부적절하게 거부한 것들을 대체할 다른 대안들을 이제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는 무역법 122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이날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22조 관세는 최대 150일까지만 유지되며, 이후 연장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통상 전문가들은 IEEPA처럼 장기적·전면적 압박 수단이 아닌 과도기 조치라고 평가한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수단이지만, 조사·공청회·판정 절차가 필요해 실제 관세 발효까지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철강·알루미늄처럼 특정 산업에만 적용되는 만큼 전 세계 보편 관세를 대체하기에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관세법 338조는 실제 발동 사례가 드물어 사문화된 수단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으며, 무역법 201조의 세이프가드 관세 역시 ITC의 객관적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 언론과 통상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관세는 유지되겠지만 속도·범위·지속성 측면에서 IEEPA 관세보다 약해진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올해 관세 수입이 “사실상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TD증권도 “관세가 다른 경로를 통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경제 전망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세무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이번에 위법 판결을 받은 IEEPA 기반 관세는 향후 10년간 약 1조 5천억 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는 트럼프 2기 정부 전체 관세 수입의 약 4분의 3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 반전했다. 이날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0.47% 오른 4만9625.97, 나스닥 종합지수는 0.90% 뛴 2만2886.07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도 0.69% 상승한 6909.51을 기록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대법원이 시장에 선물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산 제품 의존도가 높은 아마존은 2% 이상 급등했고, 홈디포·파이브 빌로우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소매주와 무역·의류·운송·명품 관련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 지수도 1.07% 상승하며 동반 랠리했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0.2% 하락했고,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08% 수준으로 소폭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관세 수입 감소로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고 국채 발행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채권 시장에 반영됐다.

한편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1.4%로 시장 예상치(2.5%)를 크게 밑돌았고,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0% 상승해 목표치(2%)를 웃돌았다. 르네상스 매크로리서치의 닐 더타는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다시 강화하지 않으면 사실상 레임덕처럼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