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이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 전세 시장엔 냉기가 흐른다. 1만 1821가구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 엠밸리 117단지’조차 단지별 전세 매물이 15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9242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2만 8942건)과 비교하면 9700건, 약 33.5% 줄어든 수치다. 전월세 통합 매물도 1년 전 4만 7540건에서 3만 7010건으로 22% 감소했지만, 전세 단독 감소 폭이 월등히 컸다.
반면 강남권에서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났다. 서초구는 10.3%, 송파구는 59.8% 각각 전세 매물이 늘었다. 같은 서울이지만 지역별 온도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급감의 배경으로 복합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정부의 규제 강화다. 지난해 6·27 및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됐고, 주택담보대출 활용 시 6개월 내 전입신고와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됐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됐다. 갭투자 수요가 사라지자 전세 공급도 동반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비율 상승도 신규 매물 공급을 옥죄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체결된 전세 계약 2만 7300건 가운데 1만 3095건(약 48%)이 갱신 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갱신 계약 비율이 약 35%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DSR 규제와 전셋값 상승 부담이 맞물리며 이사 대신 계약 연장을 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결과다.
전세 매물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 6948만 원으로, 2023년 8월(5억 7131만 원) 이후 30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도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8% 상승하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수급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KB부동산 기준 1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63.73으로 2021년 9월(167.65) 이후 5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을수록 수요가 공급을 압도한다는 의미로, 지난해 10월 이후 매달 상승하며 수요 우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언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5만 6219건에서 6만 5416건으로 16.3% 증가한 반면, 전세 매물은 2만 2156건에서 1만 9242건으로 13.2% 감소하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전세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봄 이사철 수요까지 집중될 경우, 서울 전세 시장의 ‘매물 가뭄’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서정민 기자





